■ 인과(因果)가 있을 뿐 운명은 없다 / 성철 스님 아침에 올라가는 가야산은 안개가 끼어서인지 골이 더 깊어 보였다. 간혹 다람쥐가 빠끔히 내다보는 산길에는 진달래 꽃망울이 잔득 부풀어 있었다. 10시, 다시 백련암, 염화실의 미닫이에 스님은 그림자가 비치는가 싶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밝은 얼굴빛 때문일까. 깊은 소(沼)를 연상케 하는 스님의 눈에서는 청솔바람이 이는 듯했다. ? 스님이 지금 느끼시고 계시는 것은 무엇인지요? "따스하니까 다니기에 좋네." ? 봄이면 젊은이들한테 봄바람이 난다고 합니다만. "꽃 필 때 춤도 춰 보는 게 좋지." ? 불란서의 작가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 여사는 현대 문명사회의 미(美)는 사물의 경우 자연의 원리에 충실할 때라고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