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418

자기를 못 지키는 법관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갤러리 자기를 못 지키는 법관 국정원장이 예산의 일부를 청와대에 보냈다. 대통령은 그 돈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대통령은 움직일 때마다 돈이 필요했다. 군부대를 시찰 할 때도 장애인시설을 찾았을 때도 그냥 돌아올 수 없었다. 그게 대통령이었다. 명절 때가 되면 비서나 직원들에게도 조금씩 돈을 주어야 했다. 국정원은 비서실이나 경호실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직속이었다. 대통령은 직속인 국정원의 예산을 일부 쓰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정권이 바뀌자 박근혜와 측근인 국정원장에 대한 칼날이 겨누어졌다. 권력의 칼 역할을 하는 검찰은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예산을 어떻게 법으로 엮을까 고심하다가 궁여지책으로 건 죄명이 뇌물과 회계직원의 횡령죄..

비애 2022.07.03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病보다 아픈 삶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病보다 아픈 삶 “퇴원하겠다” 고집하던 할머니, 알고 보니 청소 일 잘릴까 걱정 때문 의사는 치료에 전념하는 환자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 분 더 많더라 2022 / 남궁인 이대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인턴 시절 병원은 내게 직장이자 삶의 공간이었다. 항상 수술복에 의사 명찰을 걸고 의사의 자아로 살았다. 병원은 대체로 의사 중심으로 돌아간다. 의사가 오더를 내면 다른 직종이 수행하고, 환자는 의사 스케줄에 맞추어 진료를 받거나 수술대에 오른다. 효율적 시스템이지만 의사는 병원의 많은 일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쉽다. 당시는 외과 인턴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회진과 브리핑에 참석한 뒤 수술방에 들어가거나 병동 일을 했다. 의사의 일은 끝없어 보였다. 피검사를 하고 심전도를 찍고 소변 ..

비애 2022.05.28

"죽어가던 아이 눈동자가 떠올라"…자식 잃은 아버지의 통곡

말러, '죽은 아이 그리는 노래' 작곡 뤼케르트 시에서 영감 ​ 아이 잃은 아버지의 심정 담은 작품 암울한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선율 '단장지애' 아픔 구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장지애(斷腸之哀).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이르는 말로,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직접 겪지 않고선 절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일련의 아픔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이라고 하죠. ​ 부모는 아이가 탯줄에 묶여 우는 순간부터 그야말로 새로운 행성에 도달하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고 하니, 생명 하나가 지는 것은 부모의 모든 세계와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 그 자체일 것입니다. ​ 물론 한가지의 단어로는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심정일 테죠. ​ '단장지애'. ..

비애 2021.11.27

집착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는 것은 사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랑을 집착이라 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계략에 불과하다. 집착하기 위해서 먼저 사랑하는 척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에 빠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도구로 전락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며칠 전에 한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저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그 여자가 죽던 날, 저는 너무 슬퍼서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제는 제가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전 자유를 느끼며 비로소 깊게 심호흡을 할 수 있었습니다.’라..

비애 2021.10.17

정글의 법칙

키리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으로 오른 사람은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안다. 처음으로 그곳에 도달한 진정한 사람을 세상은 거의 알지 못한다. 그는 단지 짐꾼이었다. 그의 이름은 텐싱Tensing이었고, 네팔의 가난한 짐꾼이었다. 그가 그곳에 처음으로 도달했다. 그곳은 매우 위험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하려고 애쓰다가 목숨을 잃었다. 에베레스트는 그냥 높은 봉우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등정을 준비하고 투자한 사람은 처음 주자가 되려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단 한 사람만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만 가능하다. 바람이 너무 거세고 고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쌍한 짐꾼이 먼저 시도했다. 그리고 그곳이 ..

비애 2021.08.08

세상 살 때 육신은 전셋집

斗洞/安삿갓 세상 살 때 육신은 전셋집 젊을 때 삶을 몰라 빠쁘게만 살았는데. 한 세상 살다 보니 젊은 인생 다 지나고 젊음이 좋았다는 걸 그때서야 알겠네. 좋은 옷 먹을 것도 아껴보니 후회되고 영혼도 건강한 몸 함께 할 때 가치있지. 내 몸이 병이 들면 지식 명예 뭘 하나 육신이 망가지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 자기 몸 사랑하니. 하늘까지 돌봐주네 육신을 사랑하면서 내일 위해 살련다 =글/석현 / 임 방원 /안삿갓 옮김=

비애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