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323

그대 앞에 유일하게 실재하는 날은...

​ 불성이란 무엇인가? 붓다는 더 많은 불성을 갖고 있고 제자들은 덜 갖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런 불성은 없다. 삶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을 격하시킨다.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기까지 여러 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 생마다 하나의 차크라를 열고 그에 해당하는 하나의 영적 신체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총 일곱 번의 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 깨달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순간에도 깨달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깨닫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깨달음은 영영 불가능하다. 언젠가 깨달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말라. 깨어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종교 2022.03.06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자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자 빠다나경(Sn.3.2) 열 게송을 외웠다. 우리말이 아니다 보니 잘 외워지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열 번 찍어서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했다. 자주 외우다 보면 외워진다. 아무리 긴 길이의 경이라도 한번 외우기로 마음먹으면 외워진다. 아직도 외워야 할 것이 많다. 빠다나경 25게송 중에서 이제 10게송 외웠을 뿐이다. 빠알리어 음과 우리말 뜻을 새기며 외우다 보니 천천히 외울 수밖에 없다. 오늘 새벽 1번부터 10번게송까지 확인하는데 30분 걸렸다. 경을 외울 때는 이전 게송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확인없이 새로운 게송을 외우게 되면 앞 게송 외운 것은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게송을 외울 때마다 시간은 점차 늘어지게 되어 있다. 마지막 게송 ..

종교 2022.03.06

내 앨범 속의 반가사유상의 미소

잘 살고 못 사는 것 굳이 하늘이 주는 것도 아니라네 행복함도 불행함도 내 스스로 만든 것이라네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여 삼계개고에 아당안지 한다지만 억겁의 세월을 뒤로하면서 오로지 스스로 깨달음이 신의 계시인 걸 한줌의 찰밥 속에 따뜻함이 우러나지만 잘 익은 떡국의 기다림도 나 혼자의 욕심만이 아니라서 고요한 반가사유상의 미소 속에 평안함이 깃드네 - 日 光 -

종교 2022.02.27

수메다 존자의 서원

수메다 존자의 서원 하나의 그림이 신심을 일으키게 한다. 수메다 존자가 물웅덩이에 배를 까는 장면을 말한다. 미얀마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다. 미얀마 파고다에서도 볼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의 신심은 세계가 인정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왜 세계가 인정하는 신심을 갖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학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 실라 사야도를 공양청한 적 있다. 그때 "미얀마는 수행의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야도는 "아닙니다. 미얀마는 교학의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야도는 왜 미얀마를 교학의 나라라고 했을까? 아마도 그것은 미얀마에서 두 번에 걸친 결집이 일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얀마가 수행의 나라라기 보다는 교학의 나..

종교 2022.02.20

물에 빠진 일곱 종류 사람이 있는데

물에 빠진 일곱 종류 사람이 있는데 차분한 일요일 아침이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려 본다. 써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금요니까야모임에서 합송한 경에 대한 것이다. 이런 것도 일종의 복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곱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지난 1월 28일 금요모임에서 합송한 것은 일곱 종류의 사람에 대한 것이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 ‘물에 빠진 자와 같은 사람의 경(Udakūpamāsutta)’(A7.15)에 해당된다. 어떤 종류의 사람일까? 경을 보면 일곱 종류의 사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1) 세상에 어떤 사람은 한번 빠져서 가라앉는다. 2) 어떤 사람은 올라왔다가 가라앉는다. 3) 어떤 사람은 올라왔다가 서있는다. 4) 어떤 사람은 올라왔다가 관찰하고 비추어..

종교 2022.02.12

시각이 나를 속일지라도

시각이 나를 속일지라도 행운목이 천정을 쳤다. 한번 커팅 했는데 그 자리에서 또 자라나 천정을 친 것이다. 행운목과 함께 또 다른 열대식물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각이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까?”라고. 사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식물도 역시 그 자리에 있다. 사물과 식물이 다른 점은 생명의 유무이다. 식물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지만 눈치 채지 못한다. 어느 날 바라보면 상당히 자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물은 그 자리에 있지 않다.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라져 소멸되어 버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

종교 2022.02.12

우문우답과 우문현답

우문우답과 우문현답 마음이 불안하다.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안정되지 않은 마음을 어떻게 해야 진정시킬 수 있을까? 달마대사의 안심(安心)법문이 있다. 제자가 마음이 불안하다고 하자 그 마음을 가져와 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불안한 마음은 아무리 찾으려해도 찾을 수 없었다. 찾는 과정에서 불안한 마음은 이전 마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가져올 수 없었다. 이를 이름하여 안심법문이라고 한다. 불안한 마음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이는 존재론과 관련 있다. 부처님 제자 팍구나가 "세존이시여, 누가 의식의 자양분을 섭취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와 같은 질문은 적당하지 않다. 나는 ‘사람이 존재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사람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면 ‘세존이..

종교 2022.01.30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잘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고, 누군가 해야 할이라면 내가 한다." 참으로 명문이다. 이 말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이처럼 완전한 문장체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아침 에스엔에스에서 본 것이다. 답글을 달았다. "쓰레기를 보면 먼저 보는 사람이 줍고, 맞벌이하면 먼저 퇴근한 사람이 준비한다."라고. 이런 말을 글을 쓸 때 수도없이 사용했다. 맛지마니까야와 율장대품에 실려 있는 아누룻다 존자에 대한 이야기에 실려 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여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통을 마련합니다.”(Vin.I.352) 이것이 근거가 되는 경이다...

종교 2022.01.16

경을 암송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경을 암송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놀면 뭘해? 무어라도 하나 해야 한다. 새벽에 깨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 새벽 일찍 깨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1시 반이다. 너무 이른 정도가 아니다. 남은 잠 잘 시간에 해당된다. 더 자야 하나? 잠은 잠이 와야 자는 거다. 자신의 힘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이럴땐 무엇을 해야 하나? 너무 이른 시간에 깨면 정신이 맑지 않다. 잠은 오지 않는다. 찌뿌둥 하고 어중간한 상태가 되었을 때 기분전환 해야 한다. 암송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십이연기분석경(S12.2)을 암송했다. "에왕 메 수땅"에서 부터 "니로도 호띠띠"까지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외웠다. 십분가량 걸린다. 이렇게 암송하고 나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된다. 암송하고 나면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 아마..

종교 2022.01.16

끽다법어(喫茶法語)

- ‘喫茶遊’를 中心으로 - 차샘 최정수(茶文化硏究家‧ 한국홍익茶道대학원장) 끽다법어(喫茶法語)는 일찍이 당나라 선차(禪茶)의 비조(鼻祖)인 조주선사(趙州禪師, 778〜897)가 주창한 ‘끽다거(喫茶去)’가 유명하다. ‘끽다거’의 맥을 있는 한국 근‧현대의 다성(茶星)으로 추앙받는 故 금당 최규용(錦堂 崔圭用, 1903〜2002) 선생이 주장하여 공포한 ‘끽다래(喫茶來)’가 있다. 나는 차계 1세대 현역으로 활동하며 ‘끽다래’를 계승한 끽다법어로 1988년 ‘끽다유(喫茶遊)’ 정신을 제창했다. 끽다유는 ‘차와 놀다’는 의미로 특히 끽다유에서 쓰는 ‘유(遊)’의 출처는 원효성사의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와 화랑의 교육덕목인 ‘산천유오(山川遊娛)’ 그리고 조선조 후기 차의 중흥조인 추사 김정희 대다사(大茶..

종교 202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