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스크랩] 오르페우스의 죽은 연인을 위한 노래 2002.2.27.

황령산산지기 2007. 2. 1. 11:20


오르페우스의 죽음
by 르동 Odlion Redon (1840-1916)
패널에 유채, 파스텔, 29 x 75.5 cm
하버드 대학, 보스턴



    갈가리 찢긴 오르페우스의 사지는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다행히 그의 머리와 수금은 헤브루스 강을 따라 흘러가며 구슬픈 노래로 강물을 잔잔하게 했다. 생명없는 혀에서 부드럽고 나직한 소리가 났고, 떠내려가는 리라에서 비탄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노래에 맞추어 강둑도 애도하여서, 신음 속에 슬픈 음악이 메아리쳐 되돌아왔다. 이윽고,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수금은 바다로 흘러갔다. 조류의 굽이침에 실려 파도가 바위투성이 레스보스 섬을 둘러싸고 울부짖는 곳으로 밀려갔다. 그의 머리와 수금은 메팀나 해안으로 떠밀려올라 멈추었다.

    His mangled limbs lay scatter'd all around, / His head, and harp a better fortune found;/ In Hebrus' streams they gently roul'd along, / And sooth'd the waters with a mournful song. / Soft deadly notes the lifeless tongue inspire, / A doleful tune sounds from the floating lyre; / The hollows banks in solemn consort mourn, / And the sad strain in echoing groans return. / Now with the current to the sea they glide, / Born by the billows of the briny tide; / And driv'n where waves round rocky Lesbos roar, / They strand, and lodge upon Methymna's shore.

                                                 오비디우스 Ovidius (BC. 43-AD. 17)의 "변신 Metamorphoses"
                                                        새무얼 가스 경 Sir Samuel Garth 에 의해 영문으로 번역


모로, 오르페

에우리디케의 무덤 위의 오르페우스(1890-91) ▶
by 모로 Gustave Moreau (1826-1898)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 파리


    죽은 연인을 찾기 위해 산 사람으로서 저승까지 갔고, 연인을 이승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두 번째 잃었고, 끝없이 그녀만을 그리워하다가 자신을 짝사랑한 여인들에게 살해되었고, 이제 죽은 사람으로서 저승에 가서 연인과 다시 만나 마침내 행복을 찾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음악가였고, 그의 죽은 연인에 대한 사랑과 비탄도, 저승의 문지기와 저승의 왕에 대한 탄원도, 연인을 두 번 잃은 절망도 모두 음악으로 표출되었습니다. 그가 이성을 잃은 여인들에게 갈가리 찢기는 처참한 죽음을 당한 후에 그의 영혼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그의 머리와 리라에 잠시 머물러 속삭이는 듯한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위의 그림이 그 장면을 나타낸 것인데, 대표적인 상징주의 화가 르동의 작품입니다. 이 그림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색채 표현이 저를 매혹합니다. 변덕스러운 색채 때문에 이 그림에서는 우울함과 기쁨이 모두 느껴집니다...

    저는 떠내려가는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리라가 어떤 음악을 연주했을지 늘 궁금하답니다. 책에는 슬픈 음악이었다고 되어 있지만, 죽은 연인과 재회한다는 묘한 기쁨도 들어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르동의 그림의 색채처럼 변덕스럽고 환상적이지는 않았을지. 그리고 그 기이한 매력으로 영화 "글루미 선데이 Gloomy Sunday"에 나오는 동명의 음악처럼 듣는 사람들까지 죽음의 세계를 사랑하게 만들지는 않았을지...

    위의 그림은 르동에게 영향을 준 상징주의 화가 모로의 그림입니다. 연인의 무덤에 선 오르페우스의 슬픔과 탄식이 그림 전체에서 느껴집니다.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 다시 한번 정리해 놓았습니다.

 델비유, 오르페
◀ 지하세계의 오르페우스 (제작연대 ?)
by 델비유 Jean Delville (1867-1953)


    오르페우스 Orpheus 는 예술과 문학을 관장하는 아홉 명의 뮤즈 Muse 여신 중 서사시를 담당하는 칼리오페 Calliope 의 아들로 트라키아 Thracia 지역 출신이다. 그의 일설에 그의 아버지라고 하는 태양과 음악의 신 아폴론 Apollon/Apollo 로부터 리라를 선물로 받았고 또 그것을 타는 것을 직접 배웠다.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부르고 리라를 타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짐승들, 심지어 수풀과 바위까지 그의 음악에 감동해 귀를 기울였다.

    오르페우스는 님프인 에우리디케 Eurydice 를 사랑해서 결혼하였다. 그러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에우리디케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쫓아오는 아리스타이우스 Aristaeus 라는 양치기를 피해 달아나다가 풀 속에 있는 뱀을 밟아 물려죽고 말았다.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한동안은 넋을 잃었고 다음에는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슬픔을 음악으로 호소하다가 소용이 없자 마침내 저승으로 내려가서 직접 아내를 찾아오기로 결심하였다.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타고 노래하면서 지하세계로 내려갔다. 저승을 감싸고 흐르는 스틱스 Styx 강의 뱃사공 카론 Charon 은 그의 음악에 감동하여 산 사람인 그를 건네주었으며, 저승의 문지기인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 Cerberus 도 그가 문을 통과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는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 Hades/Pluto 와 왕비 페르세포네 Persephone/Proserpine 앞에 나아가 리라를 타면서 아내를 돌려달라고 탄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에 모든 저승의 망령들은 눈물을 흘렸다.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지옥의 죄인들까지 귀를 귀울였고 비정한 복수의 여신들 Furies 의 뺨까지 눈물로 젖었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또한 그의 탄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단 조건이 하나 붙었는데, 오르페우스가 앞서서 길을 걷되 두 사람이 지상에 도달하기까지는 절대로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승을 향해 어둡고 험한 길을 걸어갔다. 마침내 지상의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이승의 출구에 가까운 곳에 이르자, 오르페우스는 순간 약속을 잊고 그의 아내가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에 에우리디케는 아득한 작별인사를 남기며 저승으로 되끌려갔다.

    오르페우스는 다시 그녀를 따라 지하세계로 내려가려 했으나, 이번에는 카론도 그를 건네주기를 거절하였다. 그는 칠일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저승의 강가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암흑계 신들의 무자비함을 원망하며 음악으로 호소하였으나 이번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세옹, 오르페오르페우스가 탄식하다 (1896) ▶
by 세옹 Alexandre Séon (1855-1917)
캔버스에 유채, 73 x 116 cm
오르세 박물관, 파리


    그후 그는 힘없이 트라키아로 돌아와 에우리디케를 생각하며 살았다. 트라키아의 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구혼하였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어느날 술의 신 디오니소스 Dyonisos/Bacchus 의 제전에 참석한 그를 한 여인이 발견했다. 평소 자신들의 구혼이 거절된 데 원한을 품고 있던 여인들은 디오니소스 제전의 특성 상 신들리고 광포해진 상태였으므로 오르페우스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창과 돌을 던졌고 그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의 머리와 리라는 강에 던져졌고 그것들은 슬픈 노래와 연주를 하며 흘러 내려가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뮤즈 여신들은 갈기갈기 찢겨진 그의 몸을 모아 묻었고 그의 리라는 제우스 Zeus/Jupiter 에 의하여 별자리가 되었다.



    세옹의 그림은 에우리디케를 두번째 잃은 뒤 절망하여 쓰러진 오르페우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담담한 정경이 오히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아래 그림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저승으로부터 데리고 나오는 모습을 묘사한 풍경화가 코로의 그림입니다. 마치 전원처럼 묘사된 저승과 흐릿한 망령들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에우리디케를 지하세게로부터 인도하는 오르페우스 (1861)
by 코로 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
캔버스에 유채, 112 x 137 cm, 미술관, 휴스턴


    그러면 이제 죽은 오르페우스가 그의 연인과 재회하는 장면을 묘사한 오비디우스의 "변신"의 구절을 소개합니다.


    오르페우스의 망령은 저승의 스틱스 강가로 내려갔다. 그가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경건한 사람들의 망령 중에서 그는 에우리디케를 찾아냈고 다시 사랑을 나누었다. 기쁨에 가득차 그 아름다운 유령을 바라보았고 육체 없는 팔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아무 방해 없이 나란히 거닐고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에 넘친 시간을 보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시인은 이제 아무 위험 없이 그의 아내를 뒤돌아볼 수 있었다.

    His ghost flies downward to the Stygian shore, / And knows the places it had seen before: / Among the shadows of the pious train / He finds Eurydice, and loves again; / With pleasure views the beauteous phantom's charms, / And clasps her in his unsubstantial arms. / There side by side they unmolested walk, / Or pass their blissful hours in pleasing talk; / Aft or before the bard securely goes, / And, without danger, can review his spouse.



오르페우스 (1969) by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http://ncolumn.daum.net/isis177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