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스크랩] 프로메테우스를 위하여 2002.1.2.

황령산산지기 2007. 2. 1. 11:20


 모로,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1868)
모로 Gustave Moreau (1826-1898)
캔버스에 유채, 205x122cm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 파리


      그리스/로마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는 잘 알려진대로
      인간을 창조하고 또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어 문명을 일으키게 한
      거인족 Titan의 선지자 先知者 였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
      그는 또 인간이 음식의 좋은 부분을 차지하게 하고 덜 좋은 부분을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기를 원했던 최고신 제우스 Zeus의 뜻에 거역한 데다가,
      제우스의 권좌 유지와 관련된 비밀을 가르쳐 주기를 거부했으므로,
      그는 결국 코카서스 산에 쇠사슬로 묶여
      제우스의 신조 神鳥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간은 계속해서 다시 자라났으므로 그 형벌은 순간의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영원한 것이었습니다.

      일설에는 그가 훗날 제우스와 타협하여 비밀의 일부를 알려주고 풀려났다고도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인간에게 광명을 주었고,
      영원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제우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선각자이자 압제에 저항하는 투사로서의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정의감이나 자비심은 별로 없고, 프로메테우스처럼 권위에 심각하게 도전하는 자들은 물론이고
      단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인간들에게까지 저주를 내리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부당한 권력자의 상징이기도 하겠지만,
      무고한 사람이 자연 또는 인간이 일으키는 재앙으로 희생되거나 선천적인 결함으로 고통받는 등의
      불합리와 모순이 끝없이 반복되는 이 현실세계, 그리고 인간 운명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을 불합리함과 가혹함을 꿰뚫어보는 힘을 지녔고
      인간에게 불을 주어 그 통찰력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영원한 고통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현실세계의 불완전함을 안다는 것은 큰 고통입니다.

      그러나 귀스타브 모로의 그림에서처럼 프로메테우스는 강렬한 눈빛을 잃지 않습니다.
      그의 눈빛에서는 결연함과 함께 이상한 만족감이 느껴지는데
      그는 신들의, 즉 세계의 불합리와 모순을 꿰뚫어보고
      영원한 고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과 싸우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칼럼 독자들께는 2002년 내내 좋은 일만 생기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나 때로 아주 힘드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리고 그 터널의 끝이 금방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너지는 일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불완전하고 모순이 존재하는 세상을 사는 것 자체가 투쟁인지도 모릅니다.
      간을 쪼이는 프로메테우스처럼 투쟁 자체에서도 한번 기쁨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괴테의 시 프로메테우스를 첨부합니다.
      원래 괴테의 작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이 시만은 인상적이더군요. ^^


Prometheus

Johann Wolfgang von Goethe

Bedecke deinen Himmel, Zeus,
Mit Wolkendunst!
Und übe, dem Knaben gleich,
Der Disteln köpft,
An Eichen dich und Bergeshöhn!
Mußt mir meine Erde
Doch lassen stehn
Und meine Hütte, die du nicht gebaut,
Und meinen Herd,
Um dessen Glut
Du mich beneidest.

Ich kenne nichts Ärmeres
Unter der Sonn als euch, Götter!
Ihr nähret kümmerlich
Von Opfersteuern
Und Gebetshauch
Eure Majestät
Und darbtet, wären
Nicht Kinder und Bettler
Hoffnungsvolle Toren.

Da ich ein Kind war,
Nicht wußte, wo aus noch ein,
Kehrt ich mein verirrtes Auge
Zur Sonne, als wenn drüber wär
Ein Ohr, zu hören meine Klage,
Ein Herz wie meins,
Sich des Bedrängten zu erbarmen.

Wer half mir
Wider der Titanen Übermut?
Wer rettete vom Tode mich,
Von Sklaverei?
Hast du nicht alles selbst vollendet,
Heilig glühend Herz?
Und glühtest jung und gut,
Betrogen, Rettungsdank
Dem Schlafenden da droben?

Ich dich ehren? Wofür?
Hast du die Schmerzen gelindert
Je des Beladenen?
Hast du die Tränen gestillet
Je des Geängsteten?
Hat nicht mich zum Manne geschmiedet
Die allmächtige Zeit
Und das ewige Schicksal,
Meine Herrn und deine?

Wähntest du etwa,
Ich sollte das Leben hassen,
In Wüsten fliehen,
Weil nicht alle
Blütenträume reiften?

Hier sitz ich, forme Menschen
Nach meinem Bilde,
Ein Geschlecht, das mir gleich sei,
Zu leiden, zu weinen,
Zu genießen und zu freuen sich,
Und dein nich zu achten,
Wie ich!

 


 

프로메테우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제우스여, 그대의 하늘을
구름증기로 덮어라!
그리고 엉겅퀴의 목을 치는
어린아이처럼
참나무나 산정들을 다루어라!
그러나 나의 대지는
손대지 말아야 한다
그대가 짓지 않은, 나의 작은 집과,
타오르는 불길 때문에
그대가 나를 질투하는
나의 화덕도

나는 태양 아래에서
신들인 그대들보다 가엾은 자들을 알지 못한다!
그대들은 제물과
기도의 숨결로
간신히 먹고산다.
폐하들이시여
그리고 만일 어린이들과 걸인들이
희망에 부푼 바보들이 아니었던들
그대들은 굶주렸을 것을.

나 역시 어린아이여서,
들고 날 곳을 몰랐을 때,
나는 당황한 시선을
태양을 향해 돌렸다. 마치 저 하늘에,
나의 탄식을 들어 줄 귀가 있고,
압박받는 자를 불쌍히 여겨 줄
나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있는 듯이.

그러나 누가 거인족의 오만에 대해서
나를 도왔으며,
누가 죽음과
노예상태에서 나를 구했던가?
거룩하게 불타는 나 자신의 마음이
이 모든 것을 성취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젊고 선량한 마음은,
기만당하여, 구원에 대한 감사를
천상에서 잠든 자에게 돌리지 않았던가?

그대를 존경하라고? 왜?
그대가 이전에 한 번이라도
짐을 진 자들의 고통을 덜어준 적이 있는가?
그대는 이전에 한 번이라도
겁먹은 자들의 눈물을 달래준 적이 있는가?
전능의 시간과
나의 주이며, 그대의 주인인
영원한 운명이
나를 사나이로 단련하지 않았던가?

꽃봉오리의 꿈이 모두
성숙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삶을 증오하고,
황야로 도주할 것이라고
그대는 착각하는가?

나는 여기에 앉아, 나의 모습에 따라,
인간들을 형성한다.
괴로워하고, 울며,
즐기고, 기뻐하며,
나와 같이
그대를 존경하지 않는
나를 닮은 족속을.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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