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스크랩] 외눈박이 거인의 짝사랑 2001.12.13.

황령산산지기 2007. 2. 1. 11:20


키클롭스 (1914)
르동 Odilon Redon (1840-1916)
캔버스에 유채, 64 x 51 cm
크뢸러-뮐러 박물관, 오테를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Cyclops 를 그린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의 작품입니다.

      키클롭스는 외눈박이 거인들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고
      그림의 주인공은 그 키클롭스 일족 중에서,
      바다의 님프 갈라테아 Galatea 를 짝사랑했던 폴리페무스 Polyphemus 랍니다.
      그림 아래쪽에 있는 여인이 바로 갈라테아이지요.

      로마의 작가 오비디우스 Ovidius (BC 43-AD 17)의 "변신 Metamorphosis"에 보면
      폴리페무스가 갈라테아에게 구애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나오는데,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면 대강 이런 식이죠.

      “아름답고도 잔인한 갈라테아여, 왜 나를 외면하는가?
      나는 이래봬도 그대가 사는 바다의 지배자 넵튠의 아들이고...어쩌구저쩌구...
      나는 양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내 동굴에는 금빛 포도도 있고
      그대가 데리고 놀 아기사슴과 아기토끼도 있다. (고대에도 애완동물을 길렀군...)
      내 눈은 비록 하나지만 그 한 눈이 엄청 크다...어쩌구저쩌구...”

      상당히 유치하지만 소박하고 약간 귀여운(?) 면도 있는 노래였던 것같은데...
      그러나 외모가 워낙 안 받쳐준 탓인지 갈라테아는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녀에게는 아키스 Acis 라는 미소년 연인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질투에 찬 폴리페무스는 아키스를 만나기만 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벼르던 중
      마침 갈라테아와 아키스가 다정히 앉아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커다란 바위를 아키스에게 던져 죽이고 맙니다.
      아키스는 갈라테아의 간절한 기원으로 아주 죽지는 않고 강으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신화는 거인의 질투로 연인을 잃은 갈라테아의 비극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르동의 그림은 거인의 커다란 외눈에 촛점을 맞추고 있군요.
      어떻게 보면 기괴하고도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것같고.
      어떻게 보면 공허하게 아무 표정이 없는 것도 같군요

      질투의 폭발로 짝사랑하는 여인의 연인을 죽였지만
      자기자신도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이, 오히려 사랑하는 여인의 가중된 증오만 받아야 하는...
      타인과 자신을 모두 파괴한 감정의 폭풍이 지나간 뒤의 페허의 공허함인지도...

      아래의 그림은 르동이 존경했고 영향을 받았던 귀스타브 모로의 그림입니다.
      두 그림 모두의 환상적인 색채와 외눈박이 거인과 님프 사이에 느껴지는 단절감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둠 속에서 그 이름에 걸맞게 눈부신 살결을 드러내고 있는 갈라테아는
      (우유빛 피부라고 해서 이름이 갈라테아라는군요.)
      실재하는 여인이라기보다는 외눈박이 거인의 슬픈 환상 같습니다.
      만지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모로, 칼라테아

갈라테아 Galatea (1880-1)
by 모로 Gustave Moreau (1826-1898) 
캔버스에 유채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http://ncolumn.daum.net/isis177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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