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스크랩] 어떤 이별 / 박철

황령산산지기 2018. 11. 24. 06:36




   











*Nicoletta Tomas Caravia 作 *Tears 2 (그의 눈물) /Andante

 




어떤 이별

박철







산다는 게 결국 보쌈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과 뒤를 가리지 않고 만나 함께 길을 가다
사랑이 뭔지조차 모르고 살다가 이제 헤어지니
셈이 흐린 탓에 떠나가야 하나 그것도 사랑이라 합시다
내 부모 앞뒤 없이 나를 낳아도 뼈가 아프도록
사랑을 하고 저울 없이 사랑하다 생을 마칩니다
트럭에 실려 가는 거대한 나무가 신호등 앞에서 잠시 쉽니다
어디 가서 또 한동안 아픈 사랑을 하겠지요
친친 감긴 뿌리도 새 자리를 찾겠지요
마침내 경전철 건설 확정 강남까지 사십 분
현수막에 잎을 털며 나아가는 저 나무의 마음을
운전사는 또 모르겠지만 그 나무의 이사로
한 가족은 오늘 조금 따뜻한 저녁을 보내겠지요
바보같이 만나 바보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헤어지는 것도 다 사랑이겠지요
아픔을 헤아리면 끝이 없고
끝이 없는 시간에 맡기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후회도 없이 미련도 없이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런 생각도 이젠 하지 말고 삽시다
제 주제를 안다면 산다는 게 너무 맥없기도 하겠고
돌아보면 가슴만 벅찰 거 아니겠습니까
별사 치곤 너무 싱겁긴 합니다만




    

  수월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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