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스크랩] 왜 생명에 간섭하려 하는가

황령산산지기 2017. 12. 3. 07:27


왜 생명에 간섭하려 하는가

 

 

죽음의 침상에 누웠을 때

 

죽음은 은폐되기 쉽습니다. 세상은 생명의 환희로 가득하지만 죽어 가는 자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꽃은 피었을 때 주목 받지만 시들면 아무도 쳐다 보지 않습니다. 생명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아무도 모르게 죽어 가는 자들이 있습니다. 죽음은 장례식장에서조차 은폐 되어 있습니다.

 

죽어가는 자들을 보려면 중환자실에 가야 합니다. 생명이 넘치는 현실과는 또 다른 세상입니다. 중환자실에 가면 이 세상은 아픈 자들만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죽어 가는 자들을 보려면 호스피스병동에 가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 있는 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법구경에 “어느 누구나 폭력을 무서워한다. 모든 존재들에게 죽음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 속에서 너 자신을 인식하라. 괴롭히지도 말고 죽이지도 말라. (Dhp129) 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이 말은 “죽어가는 자의 얼굴에서 너 자신을 보라.”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중환자실에 또는 호스피스병동에 누워 있어야 할 운명입니다. 죽음의 침상에 누웠을 때 과연 우리는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무의미한 연명치료

 

정의평화불교연대 눈부처학교 강연을 들었습니다. 11 30일 목요일 오후 7시 한양대인문관 317호실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이번 목요강연은 7강으로 한양대 의대 유상호 교수의 생명에 대한 간섭과 불교의 지혜입니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키워드는 간섭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생명에 대한 간섭입니다. 대표적으로 연명치료입니다.

 

유상호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사망자는 24만명 가량이라 합니다. 이 중에서 약 75% 18만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합니다. 그런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가 1,500명 가량이라 합니다. 인공호흡기 등으로 생명을 연장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산소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환자실에서 한번 산소호흡기가 부착되면 함부로 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1997년 이른바 보라매병원사건이 시발이라 합니다. 담당의사가 가족동의하에 산소호흡기를 떼 주었으나 또 다른 가족에게 고발당하여 징역 1년을 살았는데 이후 절대 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보라매병원사건 이후로 산소호흡기를 함부로 뗄 수 없었습니다. 호흡기를 떼면 처벌 받기 때문에 가족도 의사도 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런 관행에 대하여 의료집착증문화라 합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009년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이에 대하여 유상호교수는 역사적 판결이라 했습니다. 아무도 함부로 뗄 수 없었던 호흡기를 이제 가족들 동의만 있으면 떼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 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내년 2월이 되면 연명치료는 완전히 중단 될 것이라 합니다.

 

죽을 권리도 없는 시대

 

유상호교수의 강연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주어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 몰입했습니다. 유상호교수의 강연을 들으니 의료기술의 역사는 생명간섭의 역사처럼 보여집니다. 생명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간섭으로 인하여 인간은 오래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산소호흡기를 부착하는 것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심폐소생술이나 신장투석기 등도 생명연장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문제는 살아 날 가망성이 없는 비가역적(非可逆的)’ 상태의 환자에게도 억지로 생명을 연장 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한번 호흡기를 부착하면 누구도 뗄 수 없을 때, 이를 달리 말하면 죽을 권리도 없음을 말합니다.

 

요즘은 죽기도 어려운 시대입니다. 죽어 가는 중환자에게 각종 연명장치를 부착했을 때 죽는 것도 어렵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연명치료에 대하여 유상호 교수는 생명에 대한 간섭이라 했습니다.

 

생명간섭의 역사

 

생명에 대한 간섭의 역사는 19세기부터 본격화 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동종요법이라 하여 각 나라 마다 전통적인 의료법에 따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의학 같은 것입니다. 19세기 이후부터는 이종요법으로 바뀝니다. 동종요법이 열에는 열로 대응하는 식이라면, 이종요법은 질병의 원인을 찾아 처방하는 것을 말합니다.

 

동종요법이든 이종요법이든 생명연장을 위한 것입니다. 생명에 대한 간섭입니다. 특히 장기가 망가졌을 때 생명연장이 이루어집니다. 생명연장은 현대의학 발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장기를 살리기 위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질병의 원인에 대한 대상도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장기를 제거 하는 것입니다. 맹장염 수술 같은 것입니다. 유방암이 걸렸을 때 유방을 절제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장기에 붙어 있는 암을 제거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암은 제거 되지 않습니다.

 

암은 세포 어디엔가 숨어 있어서 재발합니다. 숨어 있는 암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제 질병의 원인에 대한 대상이 세포가 되었습니다. 세포조직검사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암을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차츰 차츰 미시화, 극소화 하다 보니 마침내 유전자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암치료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생명연장을 위한 현대의학은 장기, 조직, 세포, DNA 순으로 극소화 되었습니다. 암의 원인을 추적해 가다 보니 마침내 유전자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암의 원인이 유전자에 있음을 밝혀 낸 것입니다. 그 결과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장기를 만들어 낸다든가 유전자 가위(CRISPR)’를 이용하여 유전자 조작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모두 생명연장에 대한 것이고 이는 다름 아닌 생명에 대한 간섭입니다.

 

죽기 일주일 전에 쓰는 비용

 

생명에 대한 간섭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연명치료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장기치료에 대한 것입니다. 구 가지 경우 모두 엄청난 금액의 돈을 필요로 합니다.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 환자의 경우 죽기 하루 전에 돈을 가장 많이 쓴다고 합니다. 또 죽기 일주일전에 사용하는 의료비용이 일생동안 쓰는 것 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위하여 들어 가는 비용은 가족들도 원치 않는 것이라 합니다. 이것이 전형적인 생명간섭입니다. 다행히도 내년 2월 부터는 더 이상 연명치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내년 1월이면 완전히 연명치료가 중단 되기 때문입니다.

 

생명간섭 두 번째는 장기치료입니다. 장기치료를 위하여 유전자조작 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장기가 망가지면 죽는 것으로 알았으나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대체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줄기세포 하면 떠 오르는 인물이 황우석박사입니다. 그런데 유상호교수에 따르면 설령 황우석 교수가 논문조작 스캔들에 말려 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아줄기세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을 것이라 합니다. 그 사이에 성체줄기세포와 배반포줄기세포기술이 개발 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두 손상된 장기 조직이나 세포를 대체하거나 생성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습니다.

 

기존 항암치료는 실패했다

 

항암치료 하면 연상되는 것은 대머리입니다. 항암치료를 했을 때 정상세포까지 죽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는 하루에 2억개의 세포가 매일 생성되고 있는데 가장 빠르게 분화하는 세포를 죽여 버리기 때문에 머리가 빠진다는 것입니다. 마치 빈데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과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유상호 교수는 기존의 항암치료 방법에 대하여 웃기는 연구라 합니다.

 




이제까지 항암치료는 어느 사람에게 적용 해 보았더니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암이 잘 잡히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설령 잡히는 것처럼 보여도 숨어 있는 1%가 증식하면 재발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기존 항암치료 방식에 대하여 실패 했다라 말하는 것입니다.

 

기존 방식대로 되지 않는 것이 항암치료라 합니다. 숨어 있는 1%를 잡지 못한 것입니다일본에서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습니다. 숨어 있는 1%의 암을 면역시스템으로 잡는 것을 말합니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 하여 함암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개발된 면역항암제 옵디보(Opdivo)’라 합니다.

 

생명이 자본과 결합 되었을 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집념은 자본주의와 결합 될 때 탄력을 받습니다. 생명산업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 될 때 자본이 집중 투입되는 것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면역항암제입니다.

 

면역항암제는 현재 함암치료의 정점에 있다고 합니다. 옵디보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6%라 합니다. 이는 기존의 5%와 비교하면 월등한 것입니다. 옵디보에 대하여 유상호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에 직접 작용하거나 그 성장을 억제 하는 것이라면 옵디보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표면상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PD-1 수용체에 작용하여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일본 오노약품공업이 미국의 BMS와 함께 개발한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폐암 항암제입니다. 가격은 100mg 200만원인데 1년간 치료 받는데 1억원 가량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옵디보가 판매된지 첫 해 매출이 1 5천억이라는 사실입니다. 3년 후 매출이 12조원에 이를 것이라 하는데 현재 오노약품공업의 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합니다. 3년도 안되어서 이정도 라면 얼마나 큰 돈을 벌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생명산업에 자본주의가 개입한 것입니다.

 

불교적 해법은 무엇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는 스님에 따르면 어느 중환자는 내가 왜 죽어야 해?”라며 살고 싶은 의지를 드러낸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죽을 수밖에 없는 비가역적 환자에게도 죽기 바로 직전까지 막대한 의료비용이 투입됩니다.

 

생명에 자본이 개입되면 인간장기를 밀매 하기도 하고,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합니다. 또 생명연장을 위하여 고가의 항암치료를 받기도 하고, 새로운 항암치료제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모두 생명연장을 위한 생명간섭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생명간섭에 대한 불교적 해법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하여 유상호 교수는 이렇게 표현 했습니다.

 

 

우리 모두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때때로 잊고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불로장생과 불멸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며, 이 잘못된 인식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아야겠다.”(유상호교수)

 

 

불로장생불멸이라는 말이 눈길을 끕니다. 아마 인간의 가장 근원적 욕망일 것입니다. 이런 인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상, , , 정에 바탕을 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도된 인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탐, , 치로 사는 자들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네 가지의 지각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무상에 대하여 항상하다고 여기는 지각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수행승들이여, 괴로움에 대하여 즐겁다고 여기는 지각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수행승들이여, 실체없음에 대하여 실체가 있다고 여기는 지각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수행승들이여, 더러운 것에 대하여 청정하다고 여기는 지각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A4.49)라 했습니다.

 

, , 치로 살 때 신선처럼 살고 싶은 불로장생의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러나 전도된 가치관은 여실지견(如實智見)하면 사라집니다. 모든 현상에 대하여 무상, , 무아, 부정으로 보았을 때 불로장생과 같은 허황된 욕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살고자 한다면

 

태어나면 죽는 것은 당연합니다.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태어나 죽지 않고자 하나, 그 방도가 결코 없습니다. 늙으면 반드시 죽음이 닥치는 것입니다. 뭇삶의 운명은 이러한 것입니다.”(stn575)라 했습니다. 그럼에도 생명에 간섭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생명에 자본이 개입되면 괴물(Chimera)’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생명산업이 자본주의와 결합 했을 때 생명이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생명을 조작하고 간섭 했을 때 인류문명의 종말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탐욕에 바탕을 둔 생명에 대한 간섭은 멈추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말 영원히 살고자 한다면, 정말 죽지 않기를 바란다면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불사(不死: amata)의 가르침입니다. 자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죽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불사의 진리를 보지 못하고

백 년을 사는 것보다

불사의 진리를 보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Dhp.115)

 

 

 

2017-12-0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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