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 시인의 부인 고 목순옥(가운데)여사님과는 엄마와 딸처럼 지내 왔지요
남편의 전람회을 찾아 주셔서 한 컷.....ㅎㅎ
우리가 천선생님보다 더 가난했는지 가끔씩 목여사님이 연탄값도 손에 쥐어 주시고
남편의 소품을 구입해 주시기도 했는데 이제 천상병선생님 사모님 안계신 인사동 그리고 옛모습
다 허물고 상업적으로 바뀌어진 인사동에 정이 안가네요 ...
위의 새라는 시는 남편이 그림을 그리고 제가 글씨를 써서 시화전에 출품한 시이기도 합니다
"귀천" 이란 시로 유명하신 그리고 이시대 마지막 순수 시인이셨던 선생님과의 한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88년 인사동 풍경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별만 그리던 아름다운 화가 강용대씨 그분 전시회 뒷풀이가
인사동 이모 칼국수 집에서 있었다
우리 일행이 아니고도 이미 저녁 시간에 인사동 손님들로 방마다 차고 넘쳤다.
그런데,방 중앙에 떡 하니 상 하나를 혼자 차지하고 계시는 우리의 천상병 선생님
손님중 아무라도 아는체 해주기를 고대 하며 힐끗 힐끗 가시거리를 주시 했지만
아는 얼굴들은 약속이나 한듯 다가가 한잔 술 권하는 이가 없었다
민망 하기가 몇분이 흐르고 빈 상위에 올려진 선생님의 두손은 젓가락 벗긴
종이만 갈기 갈기 찢고 계셨다
주인장도 인정 사정 없이 못본체다
선생님 속상하기가 또 몇분이 흐르고
끝내 무심한 얼굴들이 야속 하셔서 중얼중얼 노기를 허공에 토하시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다
이미 인사동에 간경화 선고를 받은 선생님께 술권하지 말라는 목여사님의 특명이(?)
떨어진 뒤였다
그날밤 선생님은 얼마나 분하셨던지 남편의 흰고무신 한짝을 바꿔신고 가셨다
작은 고무신 한짝을 질질 끌고 집에 오는길 남편도 힘들었지만
선생님도 한쪽 큰 신발을 어찌 끌고 가셨을까 지금도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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