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의 휴가 중에 유일하게 본 풍물이라고 할 만한 것은 “어메이징쇼”였습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라고 해요. 미모의 댄서들이 나와서 민속무용부터 라스베가스식 댄스까지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는 건데, 중요한
건 이 댄서들이 사실 남성이라는 거죠. 즉, 자신의 정체성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들 말예요. 하지만 실제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 정도죠. 그런데도 정말 여성 같습니다.
이 사람이 남성이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이 어메이징쇼가 벌어진 건 어느 바닷가의 임시가설무대 같은 곳이었습니다. 마닐라의 어메이징쇼는 그럴듯한 공연장도 있고 규모가 크다던데, 세부의 어메이징 쇼는 무대가 초라하기 짝이 없었죠. 하지만 댄서들은 열정적이었고 외모도 꽤 괜찮았답니다.
이 사람은 좀 남성인 티가 나긴 하지만 베스트 댄서였어요. 무대를 휘어잡는 능력이 대단했습니다.
이 사람은 트랜스젠더가 아닌 댄서였죠. 리키 마틴을 따라하는 거였는데, 음... 외모가 리키 마틴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나쁘진 않았고, 리키 마틴의 느끼하면서도 귀여운 제스처를 꽤 잘 소화해 내더군요. 그리고 약간 자아도취 증세가 있는 듯… ^^
리키 마틴의 “Livin' La Vida Loca”에 맞춰 격렬한 라틴댄스를 추는 댄서...
이 분홍색 의상 입은 사람이 이번 쇼의 히로인이었습니다. 정말 예뻤답니다. 사진은 잘 못 나왔지만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윤도현밴드의 록버전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레퍼토리도 있었죠. 춤이 끝나고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리더군요! 누가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하면 잘 먹힌다고 가르쳐 준 건지... 심각한 이슈가 먼 다른 나라의 다소 유치한 상술에 이용되는 거 보니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 관광객들을 위한 쇼도 따로 있다는데, 거기서는 뭘할지 의심도 마구마구 들었고요. -_-
어쨌든 공연은 계속되었습니다. 쉬지 않고 새로운 레퍼토리가 나왔어요.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참 많이 연구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까의 히로인과 리키 마틴... ^^
마침내 쇼가 끝났습니다. 무대 조명이 꺼지고 관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1달러를 받기 위해 서있는 댄서들을 보니 좀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톤 슈낙 Anton Schnack 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을 보면 “유랑 가극단의 여배우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 하나로 나오는데, “초라한 바닷가 가설무대의 여장 댄서들”은 그를 능가할 것 아니겠어요. 가이드 분의 얘기로는 가장 인기 있던 댄서 중 하나가 호르몬 과용으로 숨졌다 하더군요. 인생이란 게 참 힘든 거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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