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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엇에 쓰던 물건인고 - 한민족역사문화도감

황령산산지기 2007. 2. 1. 11:37
악기 ? 문방구 ? 지갑 ? 무엇에 쓰던 물건인고 … [중앙일보 2007-01-22]     

 


1) 여러 붓을 꽂아두는 필통 (2) 초 심지를 자르는 초가위 (3) 책을 받쳐 읽는 독서대(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4) 불씨를 보존하는 화심 (5) 눈썹을 정리하는 족집게(족집게 안에 있는 것은 귀이개와 송곳) (6) 책 중간에 붙이는 찌지. 요즘으로 말하면 포스트잇

 



아파트 생활이 일상화되며 장롱에 대한 수요가 주춤해졌다. 예전 어머니들의 혼수품 가운데 빠지지 않았던 게 장롱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천이나 비닐로 만든 비키니장을 마련하곤 했다. 아파트 붙박이장을 선호하는 신세대 주부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겠다.

그런데 장(欌)과 농(籠)은 별개의 물건이다. 의류.서책 등을 넣어두는 가구라는 점에선 같지만 형태에선 차이가 있다. 장은 한 세트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각 층을 따로 분리해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기능에 따라 옷장.책장.찬장 등으로 나눠진다.

반면 농은 각 층이 분리된다. 주로 두세 개를 쌓아서 사용했다. 크기는 장보다 작으며, 대개 여성의 생활공간인 안방에 놓였다. 표면을 자개나 대모(玳瑁.거북이 등껍질)로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그렇다면 반닫이는 무엇일까. 앞면을 위아래 둘로 나눠 윗부분을 여닫도록 한 가구다. 계층 구별 없이 가장 널리 사용됐다. 장에 비해 높이가 낮고 문이 앞면에 있어 이부자리나 이런저런 물건을 올려놓기도 했다.

조상의 생활용품을 집대성한 '한민족역사문화도감-주생활'(국립민속박물관 발행)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달 말 출간될 이 책에는 가구.침구.조명구.난방구.문방구.화장구.위생용구.재봉구.장식용구 등 주거 관련 물품의 쓰임새와 생김새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이문현 학예관은 "주(住)생활 유물은 주변에서 늘 쉽게 접할 수 있고, 물건 또한 많이 남아있지만 아직 기본적인 정리조차 되지 않았다"며 "입고(衣) 먹는(食) 것 못지않게 중요했던 주생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디에 쓰였을까=가께수리라는 용어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가께수리는 안방.사랑방에서 함께 쓰였던 단층장이다. 귀중품.문서를 보관하는 금고, 혹은 약장 대용으로 쓰였다. 일반 장과 달리 내부에 작은 서랍 3개, 중간 서랍 2개, 큰 서랍 1개를 짜 넣었다.

"옛날 고리짝 같은 얘기는 하지마라"는 말이 있다. 시절 지난 소리를 그만두라는 뜻이다. 여기서 고리(짝)는 버들가지나 싸리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용기를 말한다. 아래짝과 위짝으로 이뤄졌다. 옷과 책은 물론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이용됐다.

도감에는 요즘 흔히 볼 수 없는 물건이 다수 수록됐다. 둥글게 말린 종이를 보관하는 통(筒), 옷을 거는 막대인 횃대, 등은 흔들려도 그 안의 촛불은 평형을 유지하는 조족등(照足燈), 마른 억새를 묶어 불씨를 보존하는 화심[火繩], 종이를 잘게 잘라 책 읽은 부분을 표시한 찌지(-紙) 등 총 149개 용품(사진 280점)이 소개된다.

◆선비들의 액세서리=요즘 서울역사박물관에선 '우리네 사람들의 멋과 풍류'(2월 18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즐겨 썼던 용품들이 주로 전시됐다. 이번 도감에서도 선비들의 장신구(액세서리)가 눈길을 잡는다.

대표적 유물이 살쩍밀이다. 살쩍은 남자들이 상투를 틀 때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말한다. 선비들은 망건 밑으로 흘러내린 살쩍을 밀어넣는 데 살쩍밀이를 썼다. 보통 대나무나 뿔로 얇고 갸름하게 만들었다. 최상품은 대모나 고래수염으로 만든 것. 아낙네들이 빗치개를 가지고 다니며 흩어진 머리칼을 정돈한 것과 같은 이치다.

서당훈장이 아이들을 지목하거나 책의 글귀를 가리킬 때 사용했던 서간(書竿)도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물건이다. 직육면체 형태의 긴 막대기로, 서당훈장의 권위를 상징한다. 책 읽은 횟수를 표시하는 도구인 서산(書算)도 흥미롭다. 10여 개의 홈을 접어 읽은 횟수를 나타냈다. 한지를 봉투 모양으로 여러 겹 붙이고 기름을 먹여 만들었다.

?문화상품으로 활용=도감에는 1895년 단발령 이후 들어온 이발기(속칭 바리깡), 1898년 국내 처음으로 불을 붙인 기록이 남아있는 석유등, 검정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전구, 서민들의 주요 난방기구인 연탄난로 등 근현대 용품도 올라 있다. 조선시대 이후 한국인의 생활사 박물관인 셈이다.

이문현 학예관은 "생활의 편의를 도모했던 옛 사람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며 "항목별로 가장 전형적인 물건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개별 유물의 실측도를 빠짐없이 게재한 점은 이 책의 미덕이다. 언제라도 다시 제작, 복원할 수 있도록 꾸몄다. 문화상품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책의 내용과 사진을 확충한 CD롬도 함께 나온다. '한민족역사문화도감'은 앞으로 식생활, 산업.경제, 교통.통신 등 총 1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박정호 기자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글쓴이 : Mo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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