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스크랩] 타락천사 墮落天使 2002.3.21.

황령산산지기 2007. 2. 1. 11:27

천사의 추락 La Chute de L'ange (1923-47)
by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캔버스에 유채, 바젤 미술관, 바젤



    샤갈은 2차 세계대전 중 인간의 악(惡)이 낳은 참상을 체험하고 대표작 "천사의 추락"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천사의 추락은 모든 악과 죄의 기원으로 여겨집니다.
    본래 선(善)하게 창조된 천사가 절대선(絶對善)인 신에게 반역하여 최초로 악(惡)하게 되었고
    땅으로 내던져진 타락천사, 즉 악마가 인류의 선조를 유혹하여 원죄(原罪) original sin 를 짓게 했기 때문입니다.

    색채의 시인 샤갈은 추락하는 천사를 온통 주홍색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홍색은 흔히 불길함, 위험 그리고 죄악을 상징하지만, 고귀함과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천사 중에서도 뛰어나게 아름답고 강했던 타락한 대천사
    루치펠 Lucifer 에게 주홍색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빛깔 같습니다...
    루치펠(영어식으로는 루시퍼) 은 라틴어로 "빛을 가져오는 자" 또는 "샛별"을 뜻합니다.

    반역천사들의 우두머리 루시퍼는 헤브라이어로 사탄 Satan 이라고 하는데, "적대자"를 의미합니다.
    그리스어의 디아볼로스 Diabolos 가 어원인 영어의 devil 은 일반적인 악마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대문자로 시작하는 Devil 일 때는 마왕인 사탄 하나만을 가리키는데, '악담하는 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즉, 그는 신과 인간의 적이자 신과 인간을 이간질하는 자라는 것이죠.


콜린스, 타락천사
루시퍼의 추락
The Fall Of Lucifer (1933) ▶
by 콜린스 Cecil Collins (1908-1989)


    구약과 신약성서에 악마에 대한 언급이 단편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 기원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습니다. 신학자들은 다만, 이사야 서 Book of Isaiah 에서 바빌론 왕을 비난하는 구절이 천사가 추락하여 악마가 되었다는 전승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죠.

    웬일이냐, 너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 Lucifer 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중략) 네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아니하였더냐? '내가 하늘에 오르리라. 나의 보좌를 저 높은 하느님의 별들 위에 두고 (중략) 저 구름 꼭대기에 올라가 가장 높으신 분처럼 되리라.' 그런데 네가 저승으로 떨어지고 저 깊은 구렁의 바닥으로 떨어졌구나!        이사야 14:12-15 (공동번역성서)

    신학자들은 또 루시퍼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과정이 과거와 미래의 환영이 뒤섞여 있는 요한묵시록 Apocalypse 의 구절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때 하늘에서는 전쟁이 터졌습니다. 천사 미가엘 Michael 이 자기 부하 천사들을 거느리고 그 용과 싸우게 된 것입니다. 그 용은 자기 부하들을 거느리고 맞서 싸웠지만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중략) 그 큰 용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세계를 속여서 어지럽히던 늙은 뱀인데, 이제 그 놈은 땅으로 떨어졌고 그 부하들도 함께 떨어졌습니다.        요한묵시록 12:7-9 (공동번역성서)

    이러한 신학자들의 연구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 교회의 정통적인 견해는, 신은 세계와 만물을 선하게 창조했으나 대천사 루시퍼가 자신의 뛰어남으로 인해 오만에 빠져 신을 거역하고 스스로 악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악마와 악귀들은 신에 의해 본래 선하게 창조되었으나 자신들 스스로 악하게 되었다. - 4차 라테라노 공의회 (1215)
    Diabolus enim et alii dæmones a Deo quidem natura creati sunt boni, sed ipsi per se facti sunt mali.


    중세 그리스도교 질서에 회의를 느끼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했던 근대 유럽의 학자와 예술가들 사이에는
    루시퍼를 오만하게 만든 그의 우월성과 신에게 반항한 그의 능동성과 적극성을 높이 평가하여
    그를 패배한, 그러나 여전히 장엄하고 아름다운 영웅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추락한 천사 by 카바넬 Alexandre Cabanel (1823-1889)


    카바넬의 "추락한 천사" 또한 그러한 시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이 그림에서 루시퍼는 추악한 괴물이 아니라 어둡고 강렬한 눈빛을 지닌 아름다운 청년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 이 그림을 보고 삼류만화에 나오는 대마왕 같다고 비웃은 녀석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_-;; )

    하지만 사탄에 대한 이런 호의적인 시각의 대부분은 순수한 악에 대한 찬양이라기보다는
    중세적인 경직된 선악관에 대한 반발인 것같습니다. 거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육체적 욕망과 관련된 것,
    비이성적인 것, 그리고 보편적인 것에 반하는 독특한 것은 무조건 악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고,
    이런 것들의 가치에 주목한 학자와 예술가들이 그것들의 상징으로 악마를 예찬하게 된 것이죠.

    관능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델비유의 "사탄의 보물"은 그런 면에서의 악마에 대한 동경을 잘 보여주는 것같습니다.


 델비유, 타락천사

사탄의 보물 (1895)
by 델비유 Jean Delville (1867-1953)
캔버스에 유채, 258 x 268 cm
벨기에 왕립 미술관, 브뤼셀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더이상 본능적 욕망이나 비이성 등이 무조건 악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교회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예전에 비해 훨씬 유연한 입장을 보여줍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선악의 기준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구약성서에서 악이었던 것이 신약성서에 와서는 악이 아닌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선과 악은 상대적인 개념에 지나지 않을까요? 아니라면 어디까지가 절대적인 선이고 무엇이 진정한 악입니까?

    악마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할수록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이외에도 여러 질문들이 떠오르지만, 철학이나 신학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제가
    어설프게 이런 질문들을 논한다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 하지만 또 아주 회피할 수도 없는 질문입니다.

    사탄은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하와 이야기와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받은 유혹의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나중에 그 이야기들과 그림을 다룰 때 이 질문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같습니다...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http://ncolumn.daum.net/isis177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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