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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과거’ 습지는 알지…‘천리포’ 연구보고

황령산산지기 2006. 10. 14. 17:17
서해안 태안반도의 천리포해수욕장과 수목원은 휴가철 자주 찾는 휴양지다. 천리포에는 7,000년전의 한반도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오래된 습지가 있다. 천리포를 비롯한 서해안 일대는 경사가 완만해 바닷물이 드나들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는 곳이 생긴다. 이곳에 식물들이 자라면서 습지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리포수목원 본부 앞 습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부 양동윤 박사는 지난달말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육상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3차 한·일공동 국제워크숍’에서 “천리포는 지난 7,000년동안 바다 환경과 습지를 반복하면서 형성됐으며 청동기 시대에는 광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천리포의 과거와 현재=과거에 형성된 습지는 모래와 흙이 쌓이면서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천리포수목원 본부 앞에는 7,000년전부터 형성된 고습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습지는 많은 식물들이 자라서 죽고, 다시 자라는 과정을 반복해 토탄(土炭)층이 형성된다. 수목원 본부 앞 논에는 이러한 토탄층이 50㎝ 이상의 두께로 남아있다.

천리포 습지의 경우 6,400년전에 바다와 경계를 짓는 자연 제방이 만들어졌고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민물이 흘러들어 호수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수목원 본부 앞 논과 연못은 모두 과거에 호수였다. 과거에 이 땅이 바다였는지, 육지였는지 알기 위해서는 바다에 풍부한 중금속인 비소(As)와 우라늄(U)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된다.

양박사팀의 분석결과 비소와 우라늄의 성분이 7,400년전부터 4,500년전 사이에 특별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4,300~4,000년전과 2,400~1,300년전에는 두 금속의 양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를 미루어볼 때 천리포는 바다(7,400~4,500년전)-습지(4,300~4,000년전)-바다(4,000~2,400년전)-습지(2,400~1,300년전)의 상태로 진화해온 것으로 보인다.

◇청동기 시대에는 광산이었다(?)=약 2,400년전을 전후해 천리포 습지의 아연(Zn)과 구리(Cu)의 함량이 크게 높았다. 아연과 구리는 바다 혹은 육지에서 특별히 흘러나오는 유동적인 원소가 아니다. 청동기 시대인 이때 천리포 주변에 광산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미루어볼 때 오늘날 천리포 습지가 과거에는 광산이었으며 청동기 문화를 갖고 있던 우리 선조들이 이 땅의 주변에서 작업을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기후가 건조해지면 증류암이 많아진다. 바륨/스트론튬, 칼슘/마그네슘 비율을 알아보면 언제 건조한 기후였는지 알 수 있다. 바륨/스트론튬의 비율은 2,400년전부터 1,300년전까지, 또 4,500~4,300년전의 기간에 높았다. 칼슘/마그네슘의 비율도 마찬가지다. 기후가 건조해지면 석고, 석회석(탄산칼슘)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는 칼슘 원소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양박사는 이 기간에 한반도 기후가 비교적 건조했으며, 겨울 몬순의 영향이 강해 특히 겨울철에 춥고 건조한 기후가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400~2,100년전 사이의 기간에는 알루미늄 원소에 대한 지르콘, 실리콘, 나트륨의 비율이 높았다. 실리콘/알루미늄의 비율이 높으면 모래가 많았다는 뜻이며 나트륨/알루미늄의 비율이 높으면 풍화작용이 적었음을 의미한다. 아마도 덜 풍화된 퇴적물이 바람에 날려와 땅에 쌓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기간이다. 양박사는 “현재의 황사와 같은 모래바람이 한반도에 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대륙에서 왔는지, 주위의 땅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천년 기록에 도전한다=이번에 열린 국제워크숍에서는 티베트고원 지역의 1,000년동안 기후변화(중국 난징지리학호수학연구소 양지앙동 교수), 동아시아 중위도 지역의 호수퇴적물과 황사퇴적물 분석(일본 가나자와대 가시와야 교수), 강원도 섭동굴의 종유관 분석을 통해 알아낸 5년간의 몬순기후기록(강원대 우경식 교수), 제주도 당처물 동굴의 탄산염 동굴생성의 기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정찬 박사), 2~18세기의 한반도 황사기록 복원(기상연구소 전영신 박사) 등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렇게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것이다. 과거 지층 기록을 통해 황사가 심했는지, 강우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면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2년 강원도 강릉에 내린 강우량은 하루 870㎜로 과거 500년동안 내렸던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과거의 지층에서 과거의 기후를 분석할 수 있다면 토목 공사 때 사용하는 ‘최대가능강우량’(PMP)과 같은 수치가 천년 단위로 재조정될 수 있다.

양박사는 “과거와 현재의 지표환경 변화에 대한 정밀한 계측과 분석을 실시하면 앞으로 황사 연구나 기후 변화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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