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엔 회원국 수는 191개다. 그러나 비회원국과 자치지역 등을 모두 합하면 16일 현재 지구상에는 271개의 ‘국가’가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집계다. 그렇다면 그 많은 나라들 가운데 스스로 수천년을 이어온 단일민족국가임을 자부하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
분명한 사실은 한국이 그 안에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유일할지도 모른다. 새삼스럽지만 그만큼 한국인의 단일민족,곧 순혈주의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많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에도 단일민족론은 허구나 집단 히스테리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히 최근 불어닥친 ‘하인스 워드 열풍’으로 인해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는 혼혈인과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들,나아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포용을 촉구하는 정도를 넘어 대한민국이 다인종 다민족 국가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세태는 물론 일차적으로 지난해 국제결혼이 3만5000건에 달하는 등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기인한다. 하지만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전지구적 하이브리드(hybrid)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2년전 ‘인종적으로 모호한(EA:Ethnically Ambiguous) 세대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있다’고 진단했다. 혼혈에 따른 인종적 모호성이야말로 ‘세련’과 동의어이고 ‘매력과 성공’으로 통한다는 것.
결국 우리 사회에서 순혈주의의 퇴조는 대세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뜬금없이 ‘순혈 논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환담 중 우리측 수석대표가 “농촌 총각들이 몽골 베트남 필리핀 처녀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북측 단장이 즉각 “민족의 단일성이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받으면서 분위기가 냉각됐다고 한다.
이런 북측 대표의 반응은 고소를 짓게 한다.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임신한 채 돌아온 여성들이 이민족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상기하면 능히 그럴 것으로 짐작할 수 있거니와 한편으로는 말끝마다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북한으로서 자칫하면 더 이상 그 ‘매력적인’ 구호를 써먹지 못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격한 반응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김상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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