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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상상력, 동양에서 찾다

황령산산지기 2006. 9. 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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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 | 존 맥켄지 지음 | 박홍규 외 옮김 | 문화디자인 | 414쪽 | 2만2000원

제국주의사(史)를 전공하는 영국의 석학이 쓴 이 책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1978년)에 대한 역사학적 검증이자 비판인 동시에 깊은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란 원래 근세유럽의 동방 취미 풍조를 가리켰다. 하지만 이미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른 사이드의 책에서 그것은 의미가 달라져 서양이 동양을 사고(思考)하고 지배하는 방식이 된다. 동양을 자기들 입맛대로 재현하려는 시도에 의해 ‘사실로 존재했던 동양’은 사라지고 ‘담론으로 생산된 동양’만이 남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맥켄지는 오리엔탈리즘을 제국(帝國) 권력의 원심력적인 표상으로 분석한 사이드와는 달리 ‘구심력’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 역시 존재했음을 주장한다. 서양과 동양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저자는 미술·건축·음악·연극 같은 예술 분야를 하나씩 꼼꼼히 파고든다. 예컨대 제국주의에 복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명이 잃어버린 고대의 다양성을 동양에서 찾았던 많은 예술가들이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유석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