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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계단 하나에도 선조들의 숨결이

황령산산지기 2006. 10. 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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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집 동궐에 들다|한영우 글|김대벽 사진|열화당·효형출판|296쪽|1만8000원

‘동궐(東闕)’은 조선시대 정궁(正宮)인 경복궁의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해 부르는 말이다. 왕들은 실제로 창덕궁과 창경궁에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 책은 궁궐의 정문에서 시작해 궐 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며 각 장소의 의미와 그 곳에 얽힌 역사를 함께 얘기한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 임금의 즉위식이 치러진 인정문을 밟고 임금의 편전인 선정전, 왕비의 공간인 대조전까지 천천히 둘러보는 식이다. 문화유산 전문 사진가였던 고(故) 김대벽씨의 사진이 궐 전체 풍경부터 작은 돌계단 하나까지 잡아낸다. 가이드를 따라서 궁궐 기행을 하는 기분이다. 옛 지도인 ‘동궐도(東闕圖)’를 놓고 비교하기 때문에 사라진 화장실과 우물까지 되살린다.


조선왕조사 연구자인 저자는 동궐 기행을 통해 단지 건축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철학을 깨닫자고 말한다. 동궐의 특징을 “위압은 주지 않으면서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인간적이고 안락한 궁전”이라 평하고, “백성을 사랑한 유교적 정치철학이 사치를 용납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동궐 후원에 있는 정자 규모가 작은 것도 이런 정신 때문이다.





이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