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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마니아’

황령산산지기 2006. 2. 19. 14:32


 
 
 
세계 대중음악사의 ‘신화’인 영국의 4인조 팝그룹 비틀스(The Beatles). 1960년 결성된 비틀스는 1971년 해체될 때까지 약 10년 동안 ‘예스터데이(Yesterday)’ 등 주옥같은 곡들을 잇따라 발표해 전 세계적인 ‘비틀마니아(Beatlemania)’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비틀마니아는 비틀스에서 복수형 ‘s’를 뺀 ‘Beatle’에다 ‘~광(狂)’을 뜻하는 ‘mania’를 붙인 조어다. 비틀스에 대한 팬들의 광적인 사랑과 애정을 일컫는다.

비틀마니아는 42년전 오늘인 1964년 2월7일, 비틀스가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뉴욕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20대 초반의 비틀스 멤버들이 케네디공항에 도착하자 운집한 3000여명의 10대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일부는 감격에 겨워 ‘사랑해요, 머물러 있어 주세요’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대부분 학교 수업을 빼먹은 소녀들이었다고 한다.

뉴욕 도착 직후 비틀스가 CBS TV의 생방송 프로인 ‘에드 설리번 쇼’에서 공연했을 당시 미국 인구의 40%인 7300여만명이 시청했다. 이 시청률은 미국 TV 역사상 두번째의 대기록으로 전해진다. 최고 기록은 1983년 방영된 한국전쟁 당시의 야전병원 내 에피소드를 다룬 ‘매시(MASH)’ 시리즈 최종편이다.

이같은 비틀마니아 덕택에 1964년 한해 미국에서만 3000여만장의 비틀스 음반이 팔렸다. 비틀스가 미국 음악시장에 진출한 첫 영국 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비틀마니아 열풍이 어느 정도였을지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비틀스가 미국땅에 ‘영류(英流)’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세월이 흘러 2006년 2월의 뉴욕. 아시아에서 한류(韓流) 돌풍을 일으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가수 비(23·본명 정지훈)가 지난 2~3일 맨해튼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미국 데뷔 무대를 가졌다. 춤과 노래가 마이클 잭슨의 아류라는 혹독한 비판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비와 비틀스 사이에 공통점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다. 굳이 꼽아본다면 20대 초반에 뉴욕에서 2월 공연을 가진 것으로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 정도뿐. 그렇지만 왠지 느낌이 괜찮다. 누가 아나, 비의 뉴욕 공연이 그의 영문이름 레인(Rain)을 본뜬 ‘레인마니아’와 한류의 씨앗을 미국땅에 심는 계기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