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아요....

요즘도 詩를 읊으시는 가요?

황령산산지기 2006. 2. 19. 14:31

글쓴이 beauty



얼마전 '詩의 시대 저물고 실용서적의 시대가 왔다' 라는 취지의 기사를 읽었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여고시절에는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서정주, 이해인 등의 시를 읽고 외웠었다.

또, 잡지에서 시구에 해당되는 글자를 한자씩 모아 오려 붙여 만든 책갈피를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영화잡지 요리잡지를 사모으고, 영어회화 책을 사고 일본어 문법책을 사고, 가끔씩은 손뜨개책도 산다.



장황하게 늘어 놓았지만 결론은 내 생활에도 '詩의 시대 저물고 실용서적의 시대가 온 것' 같다는 얘기 ^^ 사실은 이렇게 점점 깊이 없고 메마른 사람이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입맛이 씁쓸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내 영혼을 촉촉히 적셔줄(너무 정겨운 상투적 표현이 아닙니까? ^^) 詩 한 수를...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지금도 이런 詩를 읽고 있으면 가슴속에서 찡한 것이 온다는 것.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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