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를 통해 연산군 시대의 조선 사회를 풍자한 ‘왕의 남자’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한국 영화사가 써지고 있다고 흥분하고 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선 이슬람 창시자 무하마드 풍자만화가 실린 신문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당초 무슬림의 폭력적 항의로 바야흐로 세계는 ‘문명의 충돌’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제 그 항의도 잦아들고 있다.
긍정적 흥분이건, 부정적 소란이건 문제의 핵심은 바로 풍자(諷刺·satire). 도대체 풍자란 무엇인가. 한자 풍(諷)은
암송한다, 간언한다의 뜻도 있지만 변죽울린다, 넌지시 비춘다는 뜻도 있다. 자전에 따르면 풍은(諷)은 바람(風)처럼 말(言)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청량제가 되는가 보다. 영화 ‘왕의 남자’를 본 사람들이 “우리가 하지 못하는 말을 광대들이 마당놀이를 통해
대신해주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말하는 데서 풍자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또 무슬림들의 폭력을 수반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유럽 언론과
대다수 여론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풍자만화를 옹호하는 데서도 그것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풍자만화(caricature)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사람의 얼굴을 짐승의 얼굴에 빗대어 그리는 카리카투라(caricatur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것이 점차 초상화에서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뽑아내 그리는 오늘의 캐리커처로 발전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하마드의 캐리커처는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을 터번
대신 두른 모습이었다. 이 풍자화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은 아마 무고한 시민들을 공격하는 이슬람의 자살 테러에 대한 거부감을 대신 말해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풍자는 대상을 깎아내리고 그로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문학상 기교를 뜻한다. 풍자에는 익살, 해학,
역설(逆說) 기지가 모두 동원된다. 그래서 풍자를 ‘악덕과 우둔을 교정하는 수단, 도덕의 대리인, 사회의 청소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과거 한국인의 노동요(勞動謠)에는 가슴에 맺힌 한을 풍자로 푸는 대목이 많다. 베틀노래 한가지-. “하늘에다 베를놓고 구름잡아
잉아걸고/짤각짤각 짜느라니 편지왔네 편지왔네/한손으로 받아들고 두손으로 펼쳐보니/시앗죽은 편질러라 올타고년 잘죽었다/고기반찬 비리드니 소곰반찬
고솝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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