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왕의 남자’도 여러 신드롬을 낳고 있다. ‘공길’ 역으로 인기 절정을 누리는 이준기의 ‘꽃미남 신드롬’이 대표적이다. 공길을 사이에 둔 왕과 장생의 삼각관계도 관심을 끌지만, 관객들은 ‘여자보다 더 예쁜’ 공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예뻐지고 싶어하는’ 충동에 미용실이나 성형외과, 피부과 의원을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은 동성애의 논란 속에서도 오히려 성의 경계선을 뛰어넘은 주인공들의 연기에 푹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상당수가 대중문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왕의 남자’는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번이고 영화관을 찾는 ‘왕남 폐인’ 덕분이다. 보고 또 봐도 슬프고 아프고 아름다우며, 두고두고 아련하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1000만명 고지에 오르면서 각종 신드롬의 중심에 선 ‘왕의 남자’가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 시위를 벌이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권오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