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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남 폐인''

황령산산지기 2006. 2. 12. 15:33
어떤 사회든 그 사회를 특징 짓는 문화가 있게 마련이다. 요즘에는 ‘신드롬’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문화 현상을 대표하고 있다. 신드롬은 본래 원인이 분명하지 않거나 단일하지 아니한 병증을 뜻하는 의학용어로서 ‘증후군’이란 뜻이다. 이 말이 갖가지 사회 현상에 따라붙어 유행이나 열풍의 뜻을 내포하게 되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주변문화로 흘러가는 사례가 많지만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요즘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왕의 남자’도 여러 신드롬을 낳고 있다. ‘공길’ 역으로 인기 절정을 누리는 이준기의 ‘꽃미남 신드롬’이 대표적이다. 공길을 사이에 둔 왕과 장생의 삼각관계도 관심을 끌지만, 관객들은 ‘여자보다 더 예쁜’ 공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예뻐지고 싶어하는’ 충동에 미용실이나 성형외과, 피부과 의원을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은 동성애의 논란 속에서도 오히려 성의 경계선을 뛰어넘은 주인공들의 연기에 푹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상당수가 대중문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왕의 남자’는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번이고 영화관을 찾는 ‘왕남 폐인’ 덕분이다. 보고 또 봐도 슬프고 아프고 아름다우며, 두고두고 아련하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1000만명 고지에 오르면서 각종 신드롬의 중심에 선 ‘왕의 남자’가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 시위를 벌이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권오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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