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중 알코올 농도 0.1% 상태보다 나빠
깊은 잠에서 막 깼을 때는 심하게 맞은 권투 선수가 겪는 그로기 상태와 비슷하다. 이 상태를 전문용어로 ‘수면 관성(sleep inertia)’이라 부른다. 잠에 빠진 관성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수면 관성은 보통 1∼30분, 길게는 2시간까지 지속된다.
최근 수면 관성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케니스 라이트 교수팀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11일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침잠에서 깬 직후 3분까지의 뇌 기능은 밤새 한숨도 안 잔 경우보다 훨씬 떨어진다.
연구팀은 9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8시간 푹 자고 아침에 깬 지 1분 후 2분간 두 자릿수 덧셈을 하게 했다. 그 후에는 20분 간격으로 덧셈 시험을 본 결과 아침잠에서 깬 직후의 시험 점수는 최고 점수의 65%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 수면장애 클리닉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24시간 잠을 안 잔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이상인 사람에 해당하지만 아침잠에서 깬 직후는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맥주 4병(약 2500cc) 정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에 도달하고 운전자는 면허가 취소된다. 수면 관성으로 잠에 취한 상태가 술에 취한 상태보다 나쁜 셈이다.
논문에 따르면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야간 당직 의사가 선잠에서 깬 후 응급환자를 진료하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즉 아침잠에서 깬 직후 뜨거운 커피포트를 옮기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다.
○ 낮잠도 30분 넘으면 깨기 힘들어
수면 관성에 빠진 사람의 뇌는 어떨까. 2002년 10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발행하는 신경학 저널 ‘브레인’에는 막 잠에서 깬 사람들의 뇌를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PET)’로 찍은 결과가 발표됐다.
뇌에서 특히 문제 해결이나 복잡한 행동과 관련된 영역이 가장 늦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관성의 정도와 지속 시간은 잠잔 시간, 잠에서 깬 시간, 카페인 같은 약물 등에 영향을 받는다.
신체는 잠든 후 30분가량 지나면 깊은 잠에 빠진다. 호주 플린더스대 수면실험실의 연구에 따르면 10분간 낮잠을 잔 사람은 정신이 금방 맑아진 반면 30분간 잠잔 사람은 한동안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다. 깊은 잠에서 깨면 수면 관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체온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깰 때 수면 관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온은 보통 오전 5시에 많이 내려가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은 잠에서 깨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2001년 11월 수면연구 및 수면의학 관련 국제 저널 ‘슬립’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사람은 수면 관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뇌에 쌓여 있던 아데노신이란 물질 때문에 수면 관성이 생긴다고 추론했고 카페인이 아데노신의 활동을 막아 수면 관성을 억제시킨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아데노신은 낮에 오래 깨어 있을수록 뇌에 많이 쌓여 피곤함을 일으켜 잠이 쏟아지게 한다”며 “깊은 잠에서 깬 직후 아데노신의 농도가 높아서 잠에서 쉽게 깨기 어려운 수면 관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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