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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를 ‘키트’로 만들어볼까

황령산산지기 2006. 1. 22. 21:19
PC4CAR

동호회의 열성 회원인 류성하씨.
한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묻는 난센스 퀴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닫는다’가 정답. 그렇다면 컴퓨터를 자동차에 넣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PC4CAR(www.pc4car.com)’ 회원들은 자동차용 PC를 만들기 위해 날이면 날마다 고민한다.

자동차용 PC라고 해서 거치대로 노트북을 고정한 다음 차 안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만 떠올리면 안 된다.

‘PC4CAR’ 회원들은 20세기 문명의 총아인 자동차와 컴퓨터의 완벽한 결합을 꿈꾼다. 당연히 자동차와 컴퓨터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에 손재주가 뛰어난 회원이 많다. 자동차에 생명을 불어넣어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간다는 회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자동차용 PC는 특성상 일반 컴퓨터보다 진동이나 충격, 열에 강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완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원들은 직접 만드는 작업을 통해 더 큰 보람을 느낀다. 동호회장 노창균씨는 “차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게 좋아서 가입하는 분도 있지만 만드는 기쁨 때문에 활동하는 회원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CPU나 램, 하드디스크 같은 주요 부품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웬만한 보드나 케이스는 직접 만들어낸다. 사양이 떨어지는 중고 노트북에서 필요한 부품을 떼어내 재생하는 건 기본. 회로기판을 설계해 직접 납땜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어하는 리모트 콘트롤러를 만들기도 한다. 모 통신회사의 휴대전화용 거치대를 네비게이션용 위성안테나로 개조한 일은 동호회의 놀라운 ‘업적’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에는 폐기처분된 공업용 기판을 컴퓨터용 메인보드로 개조해 회원들에게 분양하는 성과도 거뒀다.

‘PC4CAR’ 회원들이 만든 자동차용 PC들.
동호회 게시판을 보면 회원들의 신기한 작품에 절로 빠져든다. 감탄을 연발하는 와중에 한편으로는 ‘과연 내 실력으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도 밀려온다. 노창균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와도 동호회에 올려진 자료를 토대로 3개월만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하면 준전문가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아낌없이 나눠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열성 회원 가운데 한 명인 류성하씨의 자동차는 만능자동차 ‘키트’를 닮았다. 컴퓨터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건 물론이고 시동을 켜는 순간 컴퓨터가 켜지면서 전후방 감시카메라가 작동한다. 주행 중에 발생하는 모든 상황이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컴퓨터에 담긴다. 류씨는 “한번은 접촉사고가 났는데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릴 때 컴퓨터에 기록된 동영상 덕을 톡톡히 봤다”고 자랑했다. 구상에서 제작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제일 돋보인 기능은 음성인식. 자동차에 달려 있던 휴대전화 핸즈프리 마이크에 명령을 내렸더니 컴퓨터가 응답하며 프로그램들을 작동시켰다. 그는 “올해 말 와이브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주행 중에도 자동차를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