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등의 시행착오

황령산산지기 2006. 1. 14. 22:40
1등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지불해야할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더 많이 흔들리고 확신에 찬 길을 되돌아와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한국도 몇몇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선 길을 가다보니 전례없는 일들이 생겨 국민을 당혹케 한다.

대표적인 예가 휴대전화. 정보통신(IT) 강국의 상징답게 휴대전화는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려주는 것 못지 않게 우리에게 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하고 있다. 2004년 대입 수능시험장에서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수험생들의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된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놓고 “너무 가혹하다”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아마도 이런 논란은 IT분야에서 앞서가는 한국만이 갖고 있는 경험일 수 있다.

휴대전화는 새해 벽두부터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자살하겠다”는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받은 딸이 소방서 등에 위치추적을 호소했지만 경직된 관련법규 해석으로 자살을 막지 못했다. 비극이다. 소방방재청은 부랴부랴 앞으로 배우자나 직계가족 등으로부터 ‘자살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위치추적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살 전화’를 이용, 채무자나 외도하는 배우자 등의 위치 추적을 할 경우 과연 관련 공무원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갈수록 난감한 일이 쌓인다. 이미 휴대전화 청부 조회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11일 친척 등의 청탁을 받고 휴대전화로 채무자의 위치 추적 등을 해온 경찰관 2명이 구속됐다.

승승장구하는 한류열풍도 역풍에 휩싸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올해 한국드라마에 대해 방송량을 지난해에 비해 50%까지 줄이기로 한데 이어 대만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드라마에 대해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의 황금시간대에 방영금지를 검토 중이라 한다.

충격과 함께 국민에게 본의 아닌 ‘BT(생명공학) 교육효과’를 불러온 ‘황우석 교수 파문’도 그렇다. IT와 한류열풍처럼 이 파문도 좌절보다는 BT분야에서 앞서가는 한국인이 당연히 지불해야 할 시행착오쯤으로 여유있게 받아들이면 또 어떨까. 선진국의 값비싼 시행착오와 경험을 무단복사해 사용해온 한국이 이제 앞서가는 경험을 세계인에게 나눠주는 위치로 다가간다는 사실을 그나마 위안 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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