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수방사 여군 특임중대

황령산산지기 2005. 10. 7. 20:34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이 곳에는 여군 전사들만으로 이뤄진 특임(특수임무)중대가 있다. 여군 특공대는 국내에 두 팀만이 있다. 수방사 특임중대는 그 중에서도 최강의 정예요원임을 자부한다. 이들의 임무는 시가지내 대테러진압임무, 주로 남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한다. 구체적인 것은 일급비밀.국군의 날이 바싹 다가온 지난달 27일 수방사 여군특임중대를 살짝 동행취재했다.

◇남군보다 더 FM, 여군 특공대

이 날의 임무는 수색정찰. 부대 앞 우면산 일대 작전지역내 섹터를 수색하는 게 임무다. 오전 8시 30분 전투복 차림에 K-1 소총으로 무장한 여군 12명이 연병장에 집합했다. 여군특임중대는 전원이 부사관. 중대장이 공석이라 중대는 부중대장인 김원희 중사(25·사진)가 이끈다. 이들은 연병장에서 간단히 장비 점검을 한 후 우면산으로 향했다. 서울시 방배동 전원마을을 지나 한 시간 가량 고지에 오른 뒤 위장을 실시했다. 검은색,빨간색 등으로 이뤄진 구두약같은 위장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헬멧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수북이 꽂았다. 이렇게 하자 검은 얼굴에 흰자위만 번뜩이는 용맹스런 전투군인으로 180도 변신했다.

김중사의 지시하에 3명씩 4개조로 나눠 수색 작전이 펼쳐졌다. 등산로도 아닌 산 경사면을 횡으로 늘어서서 하향식 수색을 펼쳤다. 길도 아닌 경사 70~80도 가량의 산 경사면을 내리막으로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진행방향에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와 바위들이 장애물로 서있어 꽤나 위험해 보였다. 10년전 전방에서 보병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동행 기자가 따라 가기에도 힘에 부쳤다. 그러나 특임중대 요원들은 김중사의 수신호 지시를 좌우로 전달해가며 120m 가량 길게 늘어선 채 교범(FM)대로 수색정찰을 능숙하게 수행했다.

◇여군 변신의 무죄

드디어 오전 11시 40분 목표지점인 등산로상의 팔각정에 도착했다. 배가 고파왔다. 이 날의 메뉴는 등에 짊어진 폭파키트세트 속에 담아온 주먹밥. 점심시간이 되자 이들은 진지하고 용맹한 특공요원에서 갑자기 호기심 많은 여고생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직접 만들어온 주먹밥과 참치캔, 취사장에서 비닐에 싸온 김치가 반찬이다. 디저트로 사탕을 챙겨오는 ‘센스’도 겸비했다. 식사를 하면서 전날 본 TV 프로그램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까르르” 웃음이 5초 단위로 터졌다. 재밌는 것은 이들도 군인인지라 말 끝이 모두 “~다”나 “~까?”로 끝난다는 것. 남군들이 휴식시간에 담배한대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날리듯 이들은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식사를 끝내자마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최신 기종의 휴대폰을 빼어들었다.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휴대폰 통화로 “점심먹었어?”라고 물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은 영락없이 수줍은 여자였다. 남자친구와의 통화에서는 말투도 임무수행때와는 영 딴 판으로 요즘 유행하는 CF처럼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이들의 남자친구도 대부분 직업 군인이란다. 통화가 끝나면 휴대폰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35특공대대 대대장 김순철중령이 순찰을 왔다. 부중대장 김중사가 얼른 대대장 곁으로 달려갔다. 임무수행 중에는 부하들을 사정없이 꾸짖던 김중사는 대대장을 보자 “충성”하고 거수 경례를 붙인 뒤 갑작스레 애교가 철철 흘러넘치는 모습으로 변했다. 왜 오전 수색을 한차례만 했느냐는 질책에 “대대장님 우리들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라며 생글생글, 방긋방긋 웃자 대대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군대용어로 13시. 오후 수색 개시 시각이 되자 이들은 다시 엄숙한 얼굴로 변한채 드보크(간첩들이 땅을 파고 장비를 숨겨놓은 곳)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