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세상의 모든 법칙

황령산산지기 2020. 8. 9. 11:22

델리아

 

하루하루가 재판의 날이다. 모든 창조물의 명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정리되고 있다. 어떤 것도 감출 수가 없다. 어떤 것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생각하는 이, 행동하는 이, 소망하는 이에게 있어서 기록되지 않는 생각, 기록되지 않는 행동, 기록되지 않는 소망은 없다. 어떤 생각, 행위, 소망도 이 세상에는 헛된 것이 없으며, 그 모든 종류와 본질에 따라 태어난다.

 

‘신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생명’으로 태어난다. 그에 반대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죽음’으로 귀결된다.

 

그대들의 하루하루는 똑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날은 화창하고 고요하다. 그런 날은 옳게 살았던 지난 시간에 따른 결실이다.

 

어떤 날들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이다. 그런 날들은 ‘죽음’ 안에서 반쯤 잠들어 있고 ‘생명’ 안에서 반쯤 깨어 있던 지난 시간에 따른 선물이다.

 

또 다른 날들은 폭풍우를 타고 그대를 덮쳐 눈에는 번갯불이 번쩍이고 콧구멍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린다.

그것들은 위에서 그대를 내리찍고 아래에서 그대를 휘갈기며, 좌우로 그대를 내던지고, 땅에 내동댕이쳐서 납작하게 굴복시키는가 하면 그대가 땅바닥의 흙먼지를 씹도록 만들어서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도록 만든다.

 

이는 그대가 ‘법칙’에 대항하여 살아온 세월에 따른 열매이다.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자들이 이미 하늘을 가로질러 대홍수를 알리는 불길한 징조로 보인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라.

 

구름이 남풍을 타고 북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대들은 비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대들은 인간의 구름이 이동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어쩜 그렇게 현명하지 못한가? 인간이 그토록 빠르게 자신의 그물에 걸려 뒤엉키는 것을 그대들은 정령 보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들이 그물에서 풀려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너무나 두려운 날이 될 것이다! 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의 그물들이 심장과 영혼의 혈맥을 타고 쳐져 왔다. 인간을 그 그물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그들의 육신은 갈기갈기 찢겨야 하고, 그들의 뼈는 산산이 부서져야 한다. 그리고 인간 스스로 그것을 몸소 행해야 한다.

 

뚜껑이 열리고 항아리에 담긴 것들이 드러날 때, 인간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어디로 숨길 것이고, 인간은 어디로 도망을 갈 것인가?

 

그날이 오면, 살아있는 자들은 죽은 자들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고,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자들을 저주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그들의 목구멍에 들러붙을 것이고 빛은 눈꺼풀에 얼어붙게 될 것이다.

 

그들의 심장에서는 전갈과 독사들이 기어 나오고, 겁에 질린 인간들은 그것들을 스스로 심장에 넣고 기른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는 ‘도대체 이 독사들과 전갈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라며 외칠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라. 갈팡질팡하는 세상에 등대가 되는 이 방주에는 그대들이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수렁이 놓여 있다. 그 등대가 하나의 덫이 되었다면, 바다에 나가 있는 이들의 운명은 얼마나 더 처참한가!

미르다드가 그대들에게 새로운 방주를 만들어 주겠노라.

 

나는 바로 이 독수리의 둥지에 그것을 축조하고 일으켜 세울 것이다. 그대들은 이 둥지에서 날아올라 올리브 나뭇가지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세상에 전해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대들은 ‘법칙’을 알고 잘 따라야 한다.

 

 

<미르다드의 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