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와 딸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딘 딸이 직장 생활이 힘들다며
아버지께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아빠, 저 회사 다니기 정말 싫어요.
일 못한다고 선배들이 매일 야단쳐서 속상해요."
아버지는 조언을 해주는 대신 딸을 부엌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딸은 섭섭했습니다.
아버지가 고민을 들어주고 다독여 주길 바랐는데
자신의 얘기는 들은 척도 않고 평소대로
요리를 하시려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는
물을 담은 냄비 세 개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냄비에는 당근을, 두 번째 냄비에는 계란을,
세 번째 냄비에는 설탕과 녹차 티백을 넣었습니다.
20분쯤 지나 물이 팔팔 끓자 아버지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는 딸에게 물었습니다.
"자, 이리 와서 냄비 속을 보고 뭐가 들었는지 말해 보렴."
"음... 당근, 계란, 그리고 녹차 티백이 보여요."
그러자 아버지가 냄비 속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하고는
또다시 물었습니다.
"자, 그럼 이번엔 이것들이 각각 어떻게 됐는지 한번 말해 볼래?"
이번에도 딸은 건성건성 대답했습니다.
"당근은 물렁물렁해졌고,
계란은 속이 익었을 테니 단단해졌겠네요."
아버지는 차와 설탕을 끓인 냄비에서
물을 한 모금 떠먹어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음... 이건 달콤하면서도 향긋해졌는데요."
딸은 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께 여쭤 봤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당근, 계란, 차는 똑같이 뜨거운 물이라는 역경 속에 놓였지만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단다.
단단했던 당근은 물렁물렁해졌지만 깨지기 쉬운 달걀은
오히려 뜨거운 물속에서 더 단단해졌지."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차와 설탕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차와 설탕은 아예 물 자체를 변화시켜 버리지 않았니?
그렇다면 너는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반응할 거니?"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이겨 내지 못하고
당근처럼 약해질 것인지, 달걀처럼 단단해질 것인지,
아니면 차와 설탕처럼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자신의 행복으로 만들 것인지, 그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것을 아버지는 가르쳐 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 옮겨 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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