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죽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 때부터 이십대 중반까지 내가 살던 낙산 자락의 오래된 일본식 작은 목조건물이었다. 아버지가 돌아오니까 당장 집이 달라졌다. 낡고 더럽고 부서져 가던 재래식 화장실이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다. 아버지는 변기까지 새로 만들어 놓았다. 깔끔한 목공솜씨였다. 쓸쓸한 냉기가 돌던 집안이 훈훈해 진 느낌이었다. 잠을 깼다. 아버지가 저세상으로 간지 삼십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이따금씩 꿈속으로 찾아오신다. 육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도 생생하게 꿈에 나타나곤 한다. 할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려고 했었다. 가난했던 시절 야산 위의 붉은 흙으로 만든 봉분은 떼가 자라지 않고 황량한 느낌이었다. 산 아래 흙이 좋은 곳 푸른 나무 아래로 할아버지를 옮기려고 하기 전날 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