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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올벼쌀, 마늘, 참기름, 늙은 호박, 깨, 깻잎, 된장, 토란, 솔(부추), 찐 밤, 호박고구마, 단감나무 가지…. 고향 작은 집 구석구석에서 어머니는 뭔가를 한없이 꺼내어 주십니다. 저는 말없이 받아 트렁크에 싣습니다. 송편에 부침개며 돼지고기까지 주섬주섬 챙겨 주십니다. 비닐봉지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만 주세요.” 어머니는 제 말에 대꾸를 안하십니다. 끝내 노인네는 누군가가 사온 캔 식혜와 캔 쥬스까지 주십니다. 저는 괜히 화가 납니다. 이유 없이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어머니가 밉습니다. ”놔 두고 어머니 자시란 말이요! 서울가면 쌔고 쌘 이런 걸 뭐허러 주냐고요!” 제 핀잔에도 어머니는 말이 없으십니다. 제가 받지 않자 어머니는 캔 쥬스를 트렁크 빈 공간에 쑤셔 넣습니다. 저는 트렁크를 소리나게 닫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출발합니다. 그리고 백미러에서 어머니가 완전히 사라지면 차를 세웁니다. 고향 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음에 담습니다. 그럴수록 허허롭습니다.
우리는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한데 그 `제 자리”라는 것이 맞긴 맞는 것인가요? 고향은 멀어지고 타향은 가까워 지니…. 제가 달려온 길은 서울로 가는 길인가요? 서울로 오는 길인가요?
〈김택근/시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