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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표 용’의 부활

황령산산지기 2006. 4. 14. 12:39
아이들 주변을 뱅뱅 돈다하여 붙인 말, ‘헬리콥터 부모’. 언제나 말이 늦게 만들어진다는 건, 여기서도 증명이 된다. 이런 부모들은 이미 도처에 흔하다.
부서장 A는 “회식 끝나고 2차 가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아빠가 데리러 와서 가야 한다’며 자리도 파하기 전 일어서는 여직원, “엄마가 술 많이 먹지 말랬다”며 소주와 맥주의 변증법적 합일체를 거부하는 남자 부하 때문에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B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됐는데, B의 상사는 이런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아들 내일부터 그 회사 안 나가요.”

이런 부모 밑에는 ‘헬리콥터 키즈’가 있다.
주말 드라마 ‘하늘이시여’에도 헬리콥터 어머니와 아들이 나온다.
아들 임채무는 어머니의 극렬 반대로 헤어졌던 한혜숙을 만나기 위해 매일 밤 어머니와 상의한다. “전화해 보셨어요?” “그쪽에서 뭐래요?” ‘헬리콥터 중년’인 이 아들 임채무에게 어머니 반효정은 말씀하신다.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내 말만 들어”…. “대체 어머니만 아니었더라면 제가 한혜숙과 왜 헤어졌겠어요?” 혹은 “이제라도 제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 어머니는 참견 마세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왜? 이 어머니는 대단한 성격만큼이나 대단한 재력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게 힌트!


요즘 미인 중의 최고 미인이 자연미인도, 성형미인도 아닌 통장미인이듯, 겉으로 부모 말 잘 듣는 자식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부동산과 통장까지도 참 사랑한다. 문제는 이런 의존적 성격의 헬리콥터 키즈들은 결혼 후, ‘아내의 속국’에 편입되면서 부모에게 막대한 소외감을 던져준다. 아니면 ‘그 결혼 끝내라’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이혼을 하거나. 둘 다 정상은 아니다.


부모는 우여곡절 끝에 중산층이 됐으나, 그들 자식들만은 모두가 왕자이고, 공주인 세상.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자상한 외면과 인자한 방치 속에 자라난 ‘개천표 용’의 매력이 그래서 돋보이기 시작한다. 요즘엔 ‘마마보이 왕자보다 독립적인 개천표 용이 낫다”는 말도 슬슬 나오고 있다. 개천표 용이 중매시장에서 인기가 급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예비 시부모들의 ‘각성’도 한 요인이 되겠다. 아무튼 멸종 위기에 처했던 개천표 용이 부활하고 있다는 건, 결혼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