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하루 10만원 이상 영원히 벌수 있다?

황령산산지기 2006. 2. 19. 12:59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하철 명함광고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호주로또' 사업이 화제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다단계 판매 방식을 띠고 있어 가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006 오마이뉴스 김연기

"하루에 10만원 이상을 영원히 벌 수 있다."
"억대연봉에 도전하는 방법에 귀하를 초대합니다."


평소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문구가 담긴 광고전단지를 쉽게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 '그렇고 그런 뻔한' 얘기로 치부하고 넘어가지만 그래도 한번 쯤 눈길이 쏠리는 것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하철 명함광고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호주로또' 사업이 화제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지난 14일 오후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역삼동 호주로또 한국지사 사무실은 새로 회원에 가입하려는 이들과 기존 회원들이 한데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로 40~50대 여성들과 30~40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 한쪽 구석엔 사업자들이 신청한 광고전단지도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창현 호주로또 한국 홍보대사는 "국내 로또는 번호가 맞지 않으면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지만 호주로또의 경우 당첨과 상관없이 회원을 데려오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사실상 공짜로 로또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에는 이 사업의 적법성을 묻는 문의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오고 있다. 여기에 이 사업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도 적잖이 접수되고 있다. 김민형 복권위 사무관은 "광고전단지나 인터넷 사이트 등 이 사업의 과당광고를 믿고 가입했다가 돈만 날렸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 1. 로또복권에 웬 다단계 판매방식?

호주 정부가 발행하는 호주로또는 호주 국내에서 오프라인상으로 판매되는 것과 해외 복권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구매대금 결제와 당첨금 지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뉜다. 최근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호주로또는 TSC2000이란 복권사이트가 인터넷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오즈파워로또'다.

'오즈파워로또'는 국내 로또와 추첨방식은 같지만 처음 회원으로 가입할 때 부여받은 5개의 번호를 영구적으로 사용하며 일주일에 3번 추첨하는 방식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5개의 번호만 부여받는 '클래식'의 경우 보증금과 연회비, 1달 로또 구입비 등 12만원을 내야 한다. 5개의 번호 두 세트를 부여 받는 '플래티늄'의 경우 가입비는 24만원으로 늘어난다.

특이한 점은 가입자 확보에 따른 리베이트 지급방식이다. 사실상 다단계판매 시스템과 마찬가지인 리베이트제는 복권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한 사람이 추가로 확보하는 가입자 수에 따라 정해진 비율의 금액을 '멤버십 보너스'로 받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호주 정부가 발행하고, 운영하는 만큼 그 안전성이 보장됐다고 할 수 있을까? 복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우선 TSC2000은 호주로또를 발행하는 호주 정부와는 관계가 없다. 다만 호주로또의 추첨방식을 빌려 이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당첨금을 지급할 뿐이다. 가입자 확보에 따른 리베이트 지급방식도 오프라인 형태로 운영되는 호주로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복권위에 따르면 TSC2000 사이트 서버는 호주가 아닌 노르웨이에 있으며 사업자도 호주 정부가 아니라 개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 2. 호주정부가 운영하는데 서버는 왜 노르웨이에?

▲ 최근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호주로또는 TSC2000이란 복권사이트가 인터넷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오즈파워로또'다
TSC2000 한국지사는 호주로또 광고를 통해 "호주정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복권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호주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면 서버가 호주에 있어야 하는데, 왜 다른 나라에 있느냐"며 "이 사이트 자체가 호주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호주 정부는 호주로또 공식 사이트를 5개 주로 나눠 따로 운영하고 있다.

복권위는 이 사이트가 지난 2~3년 전 국내에 로또복권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 때 우후죽순처럼 생긴 인터넷 구매 사이트와 유사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시 개인사업자가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며 투자금을 받은 뒤 당첨금을 지불하지 않고 종적을 감춘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2004년 4월 복권법을 발효하고, 여기에 인터넷 구매대행 금지조항을 넣어 현재는 로또복권을 인터넷상에서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김민형 복권위 사무관은 "호주로또의 추첨방식을 이용한 인터넷 구매 사이트인 TSC2000의 경우 운영주체가 불분명하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가입회원이 1만 명에 이르는 등 판매 액수가 크게 늘고 있어 이에 따른 회원들의 피해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혹 3. 누가 언제 몇등에 당첨됐는지 공개못해?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로선 누가 언제 몇 등에 당첨돼 얼마의 당첨금을 받았는지도 제대로 집계가 안 된다. 이창원 TSC2000 한국 홍보대사는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회원들이 가입해 일주일에 3번씩 추첨을 하는데 어떻게 일일이 당첨현황을 알 수 있느냐"며 당첨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국내 홈페이지 이름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여기에는 호주로또 한국지사로 표시돼 있지만 확인결과 호주로또의 한국지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창원 홍보대사는 "처음 홈페이지를 만들 때 착오가 생겨 '한국지사'로 잘못 썼다"며 "앞으로 이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호주로또에 대한 잘못 전해진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도 복권위에 꾸준하게 접수되고 있다. 김민형 복권위 사무관은 "처음 사업설명회 당시 말한 것과 막상 가입을 하고 나서 내용이 다른 경우에 대해 피해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는 처음에는 12만원짜리로 가입을 유도한 뒤 나중에 24만원짜리 가입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국내 복권법으론 처벌규정 없어

문제는 현행 국내 복권법으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복권법은 국내에서 발행하는 복권을 대상으로만 적용되기 때문에 외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의 경우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복권위는 일단 호주로또의 회원모집이나 광고형태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권위원회는 "회원을 직접 데려올 때나 자신이 데려온 회원이 다른 회원을 가입시킬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전형적인 다단계에 해당한다"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지하철 등에 회원모집 광고전단지를 부착하는 것은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도시철도공사 등에 호주로또 광고물에 대한 단속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달 말 복권위는 유사복권에 적용되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가려달라며 서울경찰청 지능범죄 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민형 사무관은 "해외에서 발행하는 복권에 대해서도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당첨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대박만을 내세운 해외복권의 경우 소비자가 먼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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