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국내 유흥문화 일변도에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가라오케 문화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노래방’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 동네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노래방은 ‘노래방 붐’으로 불릴 만큼 생활 구석구석에 자리잡았으며, 500원짜리 동전을 넣거나 5천원이나
1만원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부탁하는 광경이 흔히 목격됐다.
물론, ‘외색문화’라는 비판과 함께 2000년대에 이르러는 아가씨를 불러주는 질펀문화의 한 단면으로
변질되다 시피한 노래방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국내 노래방이 모든 세대에 걸쳐 사랑받았고, 많은 세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음을 부인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서민부터 상류층까지 모두의 계층을 아우르며 술자리와 미팅의 대미를 장식했던 노래방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의 특징은, 지상에 위치해 화사한 창문이 있으며, 편안하고 모던한 느낌의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이들은 벽면에 ‘O월의 신곡’이 너저분하게 자리하고 있는 대신 화사한
창문이 자리하고 있고, 일명 ‘다방의자’로 불리는 싸구려 소파의 자리는 엔틱한 가구 예술품이 대신한다.
‘웰빙’이 유행하는 현대의 트랜드와 맞물려, 건전한 노래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고품격 노래방으로 함께
떠나보자.
강남역의 ‘Q노래방’
6, 7층 두층에 걸친 노래방의 실내는 각방마다 다른 컨셉으로 구성되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 넓직한 로비의 대리석은 유흥업소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크
로비를 기준으로 좌우로 방의 컨셉이 나눠지는데, 로비를 지나 방이 있는 복도로 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을 벗고 원목 느낌의 복도를 올라가려 하면, 발을 놓아야할 자리가 어디인지 고민하게 된다.
복도의 하단에 눈길을 잡는 물건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인데, 명품 지갑과 시계, 구두 등이 유리 바닥
너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 취향의 소품을 이용한 인테리어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각 방은 리조트, 명품관, 차이나, 태국 총 4가지의 인테리어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3개의 룸
중에 인테리어에 같은 방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방에 들어서면 벽면의 TFT 평면 모니터가 눈에 들어온다. 한방에 기본 두 개의 ‘고가’모니터를
설치해 놓았는데,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을 기준으로 상단의 사진은 Q노래방, 하단은 S노래방의
사진임)
부천에 위치한 ‘S노래방’
바깥에서부터 눈처럼 하얀 건물이 조명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이거
노래방이야?’ 라며 한 번 씩 눈길을 주고 간다.
업소로 들어오면, 푹신한 소파와 샹들리에 등 전체적으로 밝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주로 엔틱한 가구를 이용한 인테리어를 볼 수 있으며, 일본인관광객을 의식한 구성인 다다미 형식의 방도
발견할 수 있다.
이곳 역시 컨셉을 가지고 방이 나뉘어지는데,
이곳은 럭셔리, 발리, 노블레스라는 세 가지 컨셉을 가지고 있다.
방마다 자기만의 색깔이 틀린데, 소녀 취향의 자그마한 쿠션부터 노블레스한 벽면의 모니터와 가구까지
방마다의 구분을 나타내고 있다.
S노래방은 건전한 놀이문화 정착을 위해 주류 반입과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곳은 프렌차이즈 노래방으로, 홍대에 위치한 본점을 시작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지로 시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비슷한 컨셉을 가진 여러 업소를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 고품격 노래방의 특징은 번화가에 위치하며, 가격에 걸맞는 고급 서비스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각기 대기실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동안 편히 앉아 쉴 수 있도록 대기실을 별도로
구비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아이스크림과 방울토마토 등 먹거리가 제공되며, 주간과 야간의 가격을 나누어 2부 장사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기실에서의 서비스만 봐도, 들어온 이들이 대기실에서의 서비스를 받고 다시 나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노래방에서 침대 모양의 평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침대의 중요 부분인 매트리스가 없거나 부실한
것으로 보아 침대의 기능보다는 앉거나 잠시 쉴 수 있는 의자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부피에서도 매치되기 힘든 침대 모양의 의자를 구비하게 된 것일까?
노래방에서 배드신의 추억을 간직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침대처럼 포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배치한
것인가? 사뭇 그 저의가 궁금해진다.
이들 고품격 노래방은 가라오케의 종주국 일본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류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종주국에 역수출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관광상품이라는 점에서도
이들 노래방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강남역 Q노래방 관계자는 “생일과 이벤트가 있는 특별한 날, 애인, 가족, 친구와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 럭셔리한 노래방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덧붙여 “케이크를 들고 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한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을 위한 고품격 노래방에서의 파티. 이 가을의 주말, 점수를 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럭셔리한 노래방에서의 이벤트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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