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上天下 唯我獨尊

각하... 영웡한 한분 욕되게 하지 맙시다!!!

황령산산지기 2005. 11. 15. 22:25


요즘 ‘뉴 라이트’가 심심한가 보다. 열린우리당이 죽을 쑤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잘 나가고 있으니 ‘뉴 라이트’를 찾는 발길이 뜸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상심할 것 없다. 다음 대선까지 2년도 더 남았는데, 한나라당이 어디 저 모양을 해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잘 나갈 수 있겠는가? 적어도 한번쯤은 한나라당의 위기가 올 것이고, 그때쯤이면 조중동에서 다시 뉴 라이트의 몸값을 한껏 부풀려줄 게다. 그러니 지긋이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똥파리들 

나도 참 못된 것이, 솔직히 신지호씨의 글을 읽고 그의 유치함을 비웃으며 박장대소를 했다. 나름대로 비장하게 쓴 글, 진지하게 읽어줘야 하는데, 횡격막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웃음은 인간의 의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가 쓴 글의 요지는 어릴 적에 불렀던 노래의 가락에 맞추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웃집 중권, 우리 아빠 보고 개새끼라 불렀다. 잠이 아-안 온다. 내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그가 꼬투리를 잡은 내 발언의 요지는 ‘김일성이 아니라고 해서 박정희를 지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김일성을 ‘개 같다’고 하고, 대구 폭탄주 사건의 주역을 ‘개 같다’고 하면, 신지호 대표는 또다시 몸을 바르르 떨면서 “전체주의와 권위주의는 다르다”며 나에게 덤벼들어 요란하게 항의를 할까? 그리하여 “주모 의원이 개라면 너는 그 똥을 먹고 사는 파리다”라고 목청을 높일까? 이 얼마나 썰렁한가.

그래, ‘파리’ 얘기가 나왔으니 따져 보자. 신지호 대표는 자신이 박정희 덕에 먹고 산다고 굳게 믿는다. 반면 진중권은 자기 힘으로 일해 자기 잘난 만큼 먹고 산다고 야무지게 믿는다. 그렇다면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싸놓으신 똥을 길이 보전하며 먹고 사는 것은 누굴까? 바로 신지호 대표를 비롯한 뉴 라이트가 아닌가. 박정희 똥을 일용할 양식으로 알고 살아가는 똥파리는 신구 쌍 라이트 형제들이라는 사실은, 뉴 라이트가 천명하는 이념의 필연적 결론인 것이다.

향수의 두 버전

박정희가 죽은 지 어언 26년. 박정희가 죽었을 때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다. 다시 26년을 달려 지금 우리의 GDP는 만 4천 달러가 되었다. 어느 자료를 보니 다시 35년 후인 2040년이 되어야 비로소 일본 GDP의 2/3 수준에 도달한다고 한다. 일본과 같아지려면 앞으로 거기서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도 •10% 대의 무식한 성장을 하는 단계는 지났기 때문이다.

박정희 향수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낡은 것이고, 하나는 새로운 것이다. 낡은 버전은 ‘박정희 vs. 김일성’의 대립구도 속에서 사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60년대와 70년대 초만 해도 김일성은 남한에게는 막강한 적이었다. 한강의 기적보다 먼저 일어난 것이 대동강의 기적이 아니던가. 박정희 정권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우월한 북한 앞에서 체제를 수호하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이 시대에 형성된 사고방식을 아직도 그대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우익 단체들인데, 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늘 ‘ 김일성이냐, 박정희냐’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곤 한다. ‘짱가냐, 마징가냐’를 논하던 천진난만함은 “짱가도 아니고 마징가도 아니고, 그레이트 마징가”라는 대답조차 실은 마징가 편을 드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비약하곤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 향수의 또 다른 버전은 90년대 말에 등장한 것이다. 이 버전은 박정희의 대립항으로 김일성 대신 김영삼, 김대중, 혹은 노무현을 설정한다. 비롯한 군부독재 시절에는 신나게 성장했는데, 왜 민간정부에 들어와 성장률이 떨어졌냐는 것이다. 이 버전은 호황기에는 사라졌다가, 경기가 안 풀리면 새롭게 부활하곤 한다. 선진국의 관점에서 보면 4~5% 성장률만으로도 경이로운 숫자지만, 10%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어디 4~5%가 눈에 차겠는가?

그럼 이중에서 신지호 대표의 박정희 옹호는 어느 쪽에 속하는가? 불행히도 후자가 아니라 전자에 속한다. 한 마디로 신지호 대표는 6~70년대로 돌아가 자신이 김일성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있다고 믿으며 저 혼자 비장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일성과 박정희를 똑같이 ‘개’라 부르면 부당하다고 힘차게, 힘차게 주장하면서, 김일성이 개 같다면, 박정희는 최소한 소 같아야 한다고, 차마 들어주기 민망한 썰렁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뉴 라이트, 아무리 반성을 했다고 해도 정작 들여다보면 올드 라이트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래도 단 한 가지 언급할 만한 차이가 있다면 그 입이 달린 신체의 생물학적 연령뿐이다. 어쨌든 이제 한나라당에서조차 버림받은 올드 라이트와 뉴 라이트, 이 쌍 라이트 형제의 영전에 한국 코미디계의 전설 심형래 옹의 명곡을 바치고자 한다. 쏠라쏠미레도. 띠리리디띠디.”

전향문학 

사실 좌나 우나 사회를 위해 모두 필요하다. 경계해야 할 것은 좌든 우든 극단주의다. 대개 전향을 하는 이들은 정작 버려야 할 극단주의는 그대로 갖고 방향만 반대쪽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80년대 운동권의 경직성을 그대로 가지고 전향문학을 하는 신지호 대표를 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그래도 한 때는 동지 먹었던 이에 대한 연민의 발로일 게다. 신대표가 부디 7~80년대의 기억에서 빨리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박정희 체제의 성격에 대한 내 견해를 알고 싶으면, 이미 몇 해 전에 그에 관해 쓴 나의 다른 글들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거기서 나는 박정희의 개인적 이상과 그가 만든 정치적 체제는 구별해서 봐야 하며, 그의 통치 기간도 유신 이전과 이후로 나눠 봐야 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유신헌법은 법학자 칼 슈미트가 말한 ‘비상대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신지호 대표가 나랑 이런 학적 논의가 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아닐 게다.

아울러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의 구별 운운하는 신지호 대표. 나름대로 그걸 잘난 척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영 봐주기 민망하다. 앞으로 신지호 대표가 자신의 전공인 정치학의 영역에서 저서를 좀 냈으면 좋겠다. 전향문학을 하더라도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미래지향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쯤에서 줄이고, 신대표, 오늘 밤 내 꿈꿔요.



글·진중권(시사평론가·'SBS 전망대'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