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무릉도원의 꿈

황령산산지기 2022. 6. 26. 05:35

중국인이 꿈꿨던 이상향(理想鄕)은 도화원(桃花源)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흔히 무릉도원(武陵桃源), 중국은 보통 세외도원(世外桃源)이라고 적는다.

쾌락과 환희의 뜻으로도 쓸 수 있지만 본래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지칭이다.

 

동진(東晋) 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년)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했다.

어느 날 고기잡이 어부가 물길 따라 계곡으로 들어가다 복숭아꽃 흐드러진 숲을 만난다.

이어 더 깊은 골짜기 안쪽에서 마주친 곳이 ‘도화원’이다.

 

이곳에서 어부는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들을 만난다.

“진(秦)나라 때의 난(亂)을 피해 이곳으로 왔다”는 주민들은 어부에게 “지금이 어느 세상이냐?”고 반문한다.

그 다음에 들어선 왕조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심은 푸근했다. 음식을 가져와 어부와 함께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 낯선 사람 반겨주는 심성의 소유자들이다.

주민들끼리도 격의 없이 소통하며 서로 챙기는 분위기다.

 

도연명이 글에서 나열한 이 몇 가지는 중국인들이 그리는 ‘이상향’의 조건이다.

삶을 위협하는 전란(戰亂) 등이 없고, 나름대로 자족(自足)할 수 있는 물질적인 환경을 갖춰

원만하고 따뜻한 사람 사이의 사회관계를 구성할 수 있는 곳이다.

 

그 기준으로부터 요즘 중국은 더 멀어졌다. 우선 강대국 지향의 ‘중국 꿈[中國夢]’이 외부와 큰 마찰을 불렀다.

나아졌던 경제는 끈질긴 관료 부패 등의 덫에 걸려 휘청거리고,

전제주의의 완고한 틀은 사람이 서로 불신하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연명 글 속의 어부는 살던 곳으로 돌아오며 표지를 남겨 다시 도화원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중국인의 도화원은 늘 ‘실종 상태’다.

이러다가 말의 속뜻도 ‘아예 갈 수 없는 곳’으로 변할지 모르겠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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