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그리움

황령산산지기 2022. 2. 6. 09:25

 

 

 

 

 

그리움 ...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 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에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 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각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붙이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 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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