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경계에 부딪쳐 보기 전까지는

황령산산지기 2020. 7. 26. 04:48

경계에 부딪쳐 보기 전까지는

 

 

여기 곡예사가 있다. 관중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외줄타기 곡예사는 봉 하나에 의지하여 균형을 잡는다. 고공에서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꼭 떨어질 것만 같다. 떨어 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마쳤을 때 관중은 환호한다.

 

인생은 곡예와 같다. 외줄타기 하는 것 같다. 조금만 방심해도 천길만길 낭떨어지로 떨어질 것만 같다. 꿈속에서처럼 떨어지는 것 같다. 꿈 깨고 나면 안도하듯이 무사함에 안도한다.

 

삐끗하면 천길만길 낭떨어지로 떨어진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남의 일처럼 여겨 졌던 것이 나에게도 닥쳤을 때 하필이면 왜 나일까?”라며 몹시 억울하게 생각한다. 많고 많은 사람중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나에게?”라며 하게 생각한다.

 

일은 벌어졌다. 이유나 원인을 따지는 것도 좋지만 먼저 수습해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 괴롭다면 먼저 괴로움의 화살을 먼저 뽑아야 한다. 독화살을 맞았는데 누가 쏘았는지는 나중에 알아도 된다. 지금 죽을 듯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큰 일이다.

 

평소에는 알 수 없다. 경계에 부딪쳐 보기 전에는 자신의 경계를 알 수 없다. 평온한 생활의 연속일 때 세상은 평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은 온갖 인과 연이 화합하여 과를 만들어 낸다. 일상의 평온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 같다. 경계에 부딪쳐서 맥없이 깨졌을 때 한계를 절감한다. 아슬아슬 외줄타기하다 천길만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누군가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말한다면, 그는 인생을 제대로 산 것이 아니다. 경계에 부딪쳤을 때 우르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누군가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말한다면, 그는 인생을 제대로 산 것이다. 인생이 행복처럼 보이지만 일시적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행복이 괴로움으로 반전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즐거운 느낌을 괴로운 느낌으로 전환케 하는 조건은 널려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호불호와 쾌불쾌는 다반사이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변덕이 죽 끓든 한다. 혼자 있다고 해서 안심일까? 무료함을 참지 못할 것이다. 눈으로 귀로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찾을 것이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관계를 맺고 살 수밖에 없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조심 운전을 해도 뒤에서 들이 박는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앞에서 급정거한다면 들이 박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항 저런 사항 고려하여 방어운전을 해도 도로에 있는 한 사고의 위험성은 늘 상존하고 있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운전길은 인생길과 같다.

 

 

흔히 인생을 나그네길이라고 한다. 나그네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냈다고 해서 내일도 무사하리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나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나는 기본적으로 착하고 자비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다. 세상이 내 마음 같다면 이 세상은 천국일 것이다.

 

욕망으로 사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나의 안전을 지켜 주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돌발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단 한번의 실수로 천상과도 같은 삶은 지옥이 될 수 있다. 천상과 지옥은 저 멀리 아득함 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마음내기에 달려 있다.

 

인생은 지뢰밭이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운에 달려 있다.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하여 저쪽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지뢰는 도처에 깔려 있다. 아무리 방어운전해도 사고는 늘 상존하듯이, 인생길에 지뢰는 널려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건에 말려 들 수 있다. 자극을 했을 때 말려 든다면 동타지옥(同墮地獄)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말려 들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남을 잘 모르듯이 나도 내자신을 잘 모른다. 경계에 부딪쳐 보아야 알 수 있다. 경계에 부딪쳐 여지없이 깨졌을 때 비로서 한계를 알게 된다.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있다. 십년 도를 닦아 생불이라고 추앙받던 선사도 기생의 유혹 한방에 무너졌다. 10, 20, 30, 아니 평생 도를 닦았어도 경계에 부딪치면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

 

인생은 운전길이다.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조심운전해도 사고는 늘 상존해 있다. 세상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사고가 날 조건은 널려 있다.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나 내버려 두면 엉망이 된다. 엔트로피 법칙이 작동되는 것이다.

 

내버려 두면 지옥에 가게 되어 있다. 아니 지옥은 바로 옆에 있다. 마음 내기에 따라 지옥 같은 괴로움을 맛볼 수 있다. 경계에 부딪쳐 보기 전까지는 깨달았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한계를 절감해야 한다. 믿을 것은 담마밖에 없다. 가르침에 의지하여 인생길을 가야한다. 온갖 경계에 부딪칠 때 가르침을 떠올려야 한다. 멀고 먼 험난한 인생길이다.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2020-07-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