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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죽는것도 실력이다
요즘 들어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졌다.
친구 부모 님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80대 중반을넘어선 부모님들은 날이 갈수록 몸이쇠약해 진다.몇 달 전 나 역
시 투병하던 시어머님을 보내드렸다.
애잔했던 어머니 인생을 떠올리며 슬픔에 목이메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오래된 숙
제를 꺼내 들었다.
끝까지 존엄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그 답을 찾은 곳은 또 다른
장례식장이었다.
친구 아버님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미경아, 너 그거아니? 사람이 죽는것도 실력이 있어야 돼. 그런면에서 우리아버
지는 정말 대단한 실력으로 끝까지 스승노릇 하셨어."
고인은 반년 전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 을 받으셨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혼자 살 아내를위해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를하고, 재산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선물
처럼 조금씩 나눠주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잘아파야 되고, 잘죽어야 된다. 그래서아버지가 아플 비용, 죽
을 비용을 다 마련해 놨다.
너희들 사는것도 힘든 데 부모 아플비용까지 감당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버
지가 오랫동안 준비해 놨으니 돈은 걱정 말고, 나 가기전까지 얼굴만 자주 보여
줘라."
그리고 그분은 스스로 정한병원에 입원하셨다.
임종을 앞두고선 의사에게 심정지가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
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셨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아픔을 절대 주고싶지 않다는 이유
에서였다. 임종이 가까워서는 1인실로 옮기기로 미리 얘기해 두셨다.
자신이 고통에힘겨워하는 모습을보고 누군가 겁먹을수 있으니 가족들과 조용히
있고 싶다는 뜻이었다. 친구의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하신일이 있다.
가족들 모두에게 각각의영상편지를 남긴것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자들에게 가슴뭉클한 작별인사를 하며 끝에 이런당부를 남기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가부탁이 있다. 한 달에 한번씩은 하늘을 봐라. 아버지가
거기 있다. 너희들 잘 되라고 하늘에서 기도할테니 꼭 한 달에 한번씩은 하늘을
보면서 살아라. 힘들 때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라."
그 분은 자식 들에게 마지막까지 존경스러운 스승의 모습으로 살다 가셨다. 어떻
게 아파 야 하는지, 죽는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
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 주신것이다. 우리는주로 뭔가를 '시작' 할때 준비
라는 단어를 붙인다.
출산 준비, 결혼 준비, 취업 준비….그러나 마무리에는 준비라는 단어를
붙이지않는다.
은퇴 준비가 그토록 허술하고 임종 준비라는 단어는 금기시 돼버린 이유다.
그래서 많은이들이 60대 이후를 남은힘, 남은 돈으로살려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살기 바쁜현실을 버티다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노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 때부터라도 정말 '잘죽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않으면 자식들형편에 따라서아프고, 자식들 돈에맞춰서 병원에 끌려다녀
야 한다. 부모입장에서는 존엄성이 사라지는데다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
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있는대로 자식들에게 주지말고, 내자존감을 지키고 마지막을 잘정리할
수있는 비용을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
길수 있도록, 돌아가신 부모를생각하면 미소지을수 있도록 마지막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것이다. 그게 어디 보통 실력인가. 나이들수록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안 생긴다.
육십이 넘 으면 고집이 세져서 남의말은 안들으니 스스로라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삶과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게 애 써야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것인지 결정 할 수 있다. 잘
죽는 것이야 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다.
저녁에 아들 딸과 가족식사 약속해서 기다려 지는데 정말 보고싶은 사람은 어머님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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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ne Allman / 어메인징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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