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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과 객관

황령산산지기 2019. 7. 27. 17:42

아나테브카

    

어느 봄날, 장자와 친구 혜시가 냇물가를 거닐고 있었다.

장자 가로되

‘물속의 물고기가 한가롭고 편안해보이니 진실로 즐겁겠구나’

혜시가 묻는다.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이 물고기가 즐거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장자 가로되

‘자넨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혜자 가로되

‘물론 나는 자네가 아니지, 따라서 자네 사정을 알지 못하지. 마찬가지로 자네도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없는 것은 틀림없지 않은가?’

장자 가로되

‘자네가 처음에 물었던 것이 무엇이었나.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넨 벌써 알고서 물은 것일세. 나는 지금 한가롭고 마음이 편안하네. 

나는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혜자 ‘.............’

 

장자 外편 추수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논쟁의 승패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혜시는 비교적 이치에 합당한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인 지성을 보여준다. 

반면 장자는 궤변의 기교를 이용하여 마음을 열면 대자연의 만물과 하나가 된다는 

도가적 선문답인듯 싶다. 어찌 생각하면 혜자는 객관적이고 장자는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원한 웬수인 비형과 술자리에서 또 붙었다.

축구매니아이자 박지성의 열렬한 팬인 그는 박지성을 과대평가하기에(내눈으로 보기에) 여념이 없다. 

주절주절한 논쟁은 그만두더라도 나는 팀에 대한 기여도나 가능성이나 장래성 같은 

추상적인 잣대를 떠나서 ‘프로는 돈이다’라는 논리로 상금랭킹이나 연봉등 몸값이 객관일수도 

있다고 제동을 건다. 비는 루니등의 실체를 끌어다 붙이며 몸값은 절대 객관이 될 수가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축구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모르면서 어이 네 판단이 객관이냐고 강변한다. 

그래 도시 주관과 객관이 뭐냐.

 

나는 무공의 A고수와 B고수가 만나 결투하는 장면을 들이댄다. 

구경꾼 입장의 C나무꾼이 보는 것이 바로 객관 아니겠는가라고 설득한다. 

비 가로되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나무꾼이 어이 객관이겠느냐 무공의 기본을 아는 

전문가의 눈이 바로 객관이란다. 말은 좋다. 그러나 기본이란 도대체 어느 기준인가? 

전문가란 기준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가령 바둑이라면 10급은 되어야 기본인가? 

5급 이상은 되어야 기본인가? 1단은 되어야 전문가인가? 10단이 넘는 초월자가 객관인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바둑에 대한 편견 선입관에 사로잡힌 또 다른 주관일 뿐이다.

 

객관이란 사과를 두고 사과라고 말하는 보편타당한 직선적인 대중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저 사과는 맛없다. 시다. 사과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은 주관이다. 

따라서 박지성의 기여도나 가능성 장래성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에 주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몸값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어 상당부분 객관이라고 할 수 있다. 

골 넣는 걸로 잣대를 들이대어 루니가 박지성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몸값의 의미를 

깔아뭉개면 천하에 무엇이 기준이 되고 객관이 되겠는가? 

잘나가는 어떤 골키퍼는 평생 한골도 못 넣지 않는가? 골 잘 넣는 호날두는 명실상부한 

박지성의 할아버지란 말인가? 하물며 바둑기사같이 고단수의 프로는 

백지 한장의 실력차이일 때가 많다. 스포츠에서 0.01초. 0.1미리로 승패가 갈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그리 설명해도 무공을 모르는 장삼이사의 눈이 어찌 객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C나무꾼이 ‘어 저 A신검이 졌네’ 하면 그것이 바로 객관이다. 

타인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제 승부에서 A신검이 이겼다 해도 B검객이 이겼다고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A와 B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승부당사자인 그들은 절대 객관이 될 수가 없다. 

主觀과 客觀 주인주자와 지나가는 손님객자를 한문으로 써줘야 이해가 간단 말인가. 

나는 나대로 답답하고 그는 그대로 답답해한다. 과연 박지성이 한국인이 아니어도 

그는 그토록 입이 마르도록 칭송할까? 물론 당연 아니다. 그는 축구전문가일지 몰라도 

축구에 관한한 공정한 시각을 가질 수가 없지 않을까?

.........결국 끝도 못 보고 술집에서 쫓겨났다. 사실 한두번 쫓겨난 것도 아니다 ㅠ

 

어쨌건 나는 1인칭 소설을 싫어한다. 객관을 담보할 수 없는 

작가만의 특별한 주관을 표현내지 강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인칭 소설의 장점도 있겠으니 그냥 내 취향이라고 해두자.


............후략 ...................


 20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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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26


거의 10년전에 바둑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 이전에도 그동안도 주객관에 대해 사전을 들춰본 적도 알아본 적도 없었으니.... 

제 무식을 과시한지도..ㅠ


이제 와 생각컨대 모두가 객관을 가장한 주관일 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면서 좀더 자신의 주관이 객관에 가깝지 않을까 자위하던지 희망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박지성 평가도 친구 나름의 객관이라고 봐줄 수 있겠지만...

인종 혈통같은 국수주의가 개입되어선 어떤 인물도 사건도 공정한 시각이 되기 힘들지 않을지요.


나아가 일본이나 중국에도 존경할 위인이나 석학이 많은데 과거의 유감에 얽매여 

평가절하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지난 몇년..아니 현대사가 시작된 이래..돌아보면 이념과 신앙이 얽힌 수많은 

사건사고사안이 정리되지 못한채 수많은 주관과 해석으로 우리를 혼돈케 하는 성 싶습니다. 

진실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정말 진실은 있는 것인가 싶은 일도 많지요. 


지나친 우리만의 주관을 떠나 범 세계적인 시각이 되어 우리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좀더 객관을 찾지않을까 싶습니다.

황우석..광우병,..독도..진보보수대립등등..너무 작은 것에 국력의 소모가 심한 것 같습니다...

제 주관일 뿐이지만 우리나란 소득에 있어서 선진국일 수 있지만... 

정신적인 소프트웨어랄까에선 겨우 중진국아닌가 싶습니다. 

도약을 위한 성장통이긴 하겠으나..목소리좀 낮추고 좀더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