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한 고을에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탁발을 하러 온 스님을 본 순간, 그 젊은이는 스님의 맑고 기품 있는 모습에 압도되어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가슴에 새겨 둡니다.
그날부터 그 젊은이는 어디에 가면 살아 있는 부처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합니다.
몇 달이 지난 후 다시 그 스님을 만나게 되자 젊은이는 크게 반기면서 속마음을 털어 놓았습니다.
"스님, 어디 가면 살아 있는 부처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젊은이의 당돌한 물음에 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일러 주는 말을 깊이 명심하게,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이를 만나거든
그분이 바로 살아있는 부처인 줄 알게!"
고지식한 젊은이는 스님이 일러준 말을 그대로 믿고, 어머니를 하직하고
그날부터 살아 있는 부처를 만나기 위해 찾아 나섰습니다.
먼저 스님들이 모여서 수도하는 깊은 산중의 절을 찾아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스님이 있는가 살폈지만
아무 절에서도 그런 분은 만날 수 가 없었습니다.
살아 있는 부처는 깊은 산속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 속에 묻혀 있다는
말을 어떤 사람한테서 듣고서는 복잡한 거리와 장바닥을 헤매면서 찾아보았습니다.
다 해진 저고리를 누덕누덕 기워서 뒤집어 입은 사람은 어쩌다 한번 보았지만
신발까지 거꾸로 신은 사람은 끝내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젊은이는 혹시 그 스님이 잘못 일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꼬박 3년을 두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온 세상을 누비듯 찾아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하는 수 없이 어머니가 계시 고향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3년 만에 정든 집 앞에 당도하니 젊은이는 목이 메었습니다.
"어머니!" 하고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집을 나간 아들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어머니는 날마다 기다렸지만 허사였습니다.
무사히 돌아올 날만을 가슴 졸이며 고대하던 어머니는 문 밖에서 갑자기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너무 반가워서 엉겁결에 뒤집어 벗어 놓은 저고리를 그대로 걸치고 섬돌에 벗어 놓은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달려 나갔습니다.
"아이고, 내 새끼야!"
아들은 어머니를 보는 순간,
"오메, 살아 있는 부처가 우리 집에 계셨네!"
하고 어머니의 가슴에 안겼습니다.
15세기 인도의 시인 카비르는 이렇게 읊었습니다.
물속의 물고기가 목말라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웃는다.
부처란 그대의 집 안에 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은 이걸 알지 못한 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쉴새 없이 헤매고 있네.
여기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부처를 보라.
그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보라.
이 도시로 저 산속으로 그러나 그대 영혼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은 여전히 환상에 지나지 않으리.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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