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미움도 슬픔도
유행가 가사를 보면
유행가 가사를 보면 때로 진리를 말하기도 합니다. ‘사랑도 미움도’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1986년 권은경이 부른 노래입니다. 가사를 보면 법구경 ‘사랑하는 자의 품’에 실려 있는 내용 그대로입니다. 가사를 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갖지 말자.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가사는 법구경“사랑하는 자도 갖지 말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갖지 말라.”(dhp210)라는 내용과 같습니다.
대중가요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외로워. 미워하는 마음은 더욱 괴로워.”에 대한 구절은 “사랑하는 자는 만나지 못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는 않은 자는 만남이 괴로움이다.”(dhp210)와 같습니다.
“아아 사랑에 빠지지 말자 아아아. 미움에 뿌리가 되기 쉬우니”에 대한 구절은 “사랑하는 자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사랑하는 자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Dhp212)구절과 유사합니다.
또 대중가요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근심걱정 외로움 없을꺼야.”라는 구절은 “사랑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어찌 또한 있으랴.”(Dhp212)라는 구절과 똑같습니다. 아마 작사자가 법구경 ‘사랑하는 자의 품’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무명으로 슬픔이 성취된다
유행가는 주로 남녀 간에 벌어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사랑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이별, 미움, 슬픔 또한 주류를 이룹니다.
트윈 폴리오의 ‘사랑의 기쁨’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 중에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남았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 또한 매우 불교적입니다. 청정도론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그 무명은 존재의 수레바퀴에 의해 슬픔 등으로 성취된다.
그 존재의 수레바퀴는 시작이 알려지지 않는다.
그것의 행위자도 그것의 향수자도 없다.
열두 가지는 공성이기 때문에 공한 것이다.”(Vism.17.273)
첫 번째 구절을 보면 “무명은 존재의 수레바퀴에 의해 슬픔 등으로 성취된다.”라 했습니다. 무명은 결국 슬픔으로 귀결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왜 슬픔으로 끝나는 것일까? 이는 십이연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십이연기 정형문을 보면 “무명을 조건으로 형성이 생겨나고”로 시작 됩니다. 마지막 고리를 보면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과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생겨난다.”로 끝납니다. 무명(avijjā)으로 시작해서 슬픔(soka)으로 끝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슬픔은 ‘슬픔-비탄-고통-근심-절망 (sokaparidevadukkhadomanassūpāyāsā)’이라는 복합어를 대표합니다.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은
존재의 수레바퀴는 십이연기를 말합니다. 무명으로 시작하여 존재의 바퀴가 굴러 갈 때 결국 슬픔으로 끝나고 맙니다. 만일 태어남이 없다면 늙음과 죽음을 비롯한 슬픔도 없을 것입니다.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늙음도 있고 죽음도 있고 슬픔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리는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만 해당된다는 사실입니다.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존재의 수레바퀴를 굴립니다. 그가 아무리 행복을 맛본다고 하더라도 결국 늙음-죽음이라는 슬픔에 귀결되고 맙니다. 무명과 갈애로 굴린 수레바퀴의 종착점은 항상 슬픔입니다. 그래서 ‘무명으로 슬픔이 성취된다’고 합니다.
모든 슬픔의 원인은 무명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슬픔이 생겨납니다. 사랑을 하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결국 슬픔으로 귀결 되는 것도 무명으로 인한 것입니다. 무명이 곧 슬픔입니다. 그런 무명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무명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번뇌가 생겨나므로 무명이 생겨난다.”(MN.I.55, M9)라 합니다. 번뇌가 무명의 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적용하면 “번뇌가 일어나므로 슬픔이 일어난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번뇌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숫따니빠따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길에 들어서
욕망이 생겨난 사람에게
만일 감각적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그는 화살을 맞은 자처럼 괴로워합니다.”(Stn.767)
숫따니빠따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경(Sn4.1)’에 실려 있는 게송입니다. 슬픔이 생겨나고 번뇌가 생겨나는 이유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사물에 대한 감각적 쾌락의 욕망과 분리 될 때에 슬픔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번뇌를 원인으로 생겨납니다.
번뇌가 생겨나므로 무명이 생겨납니다. 번뇌가 소멸하면 무명도 소멸합니다. 번뇌가 소멸하면 슬픔도 소멸할 것입니다. 유행가 ‘사랑의 기쁨’에서는 “사랑의 슬픔만 남았네.”라 했습니다. 법구경에 따르면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부터 슬픔이 생겨난다.”(Dhp.215)라 했습니다. 갈애에 따른 사랑의 종착지는 슬픔입니다.
오온에 대한 집착(pañcupādānakkhandhā)으로
초전법륜경에 따르면 생노병사 등 팔고가 소개 되어 있습니다.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줄여서 말하지면 다섯가지 존재의 집착다발이 모두 괴로움이다.”라고 했습니다. ‘오온에 대한 집착(pañcupādānakkhandhā)’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라 합니다. 그런데 십이연기에서 슬픔으로 귀결되는 무명의 원인인 번뇌의 최종원인도 오온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는 ‘나는 물질이고 물질은 나의 것이다.’
라고 여겨 속박되지만
그 물질이 변화하고 달라집니다.
그 물질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때문에
그에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생겨난다.”(SN.III.3, S22.1)
오온 중에 물질에 대한 것입니다. 나머지 느낌, 지각, 형성, 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번뇌는 오온을 내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도 그 느낌이나 지각을 내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발생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자에게는 번뇌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번뇌가 소멸되기 때문에 무명이 소멸됩니다. 무명이 소멸되어서 슬픔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사랑으로 인한 번뇌의 화살을 맞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을 때 사랑도 미움도 없고 슬픔도 없습니다.
2018-05-30
진흙속의연꽃
'책!책!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앎의 과학(1) (0) | 2018.06.02 |
---|---|
[스크랩] 앎의 과학(2) (0) | 2018.06.02 |
[스크랩] “지금을 즐겨라! 나중에 후회한다.”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0) | 2018.06.02 |
[스크랩] - 중암 스님 『밀교의 성불 원리』 (0) | 2018.05.18 |
[스크랩] 마고 앞에서 인류 최초로 자기책임의 원칙을 실행한 황궁黃穹 (0) | 2018.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