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스크랩] “지금을 즐겨라! 나중에 후회한다.”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황령산산지기 2018. 6. 2. 09:48

 

지금을 즐겨라! 나중에 후회한다.”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누구나 행복을 바랍니다. 법구경 게송에 아유 반노 수캉 발랑(āyu vaṇṇo sukha bala)”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장수하시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시실!” (Dhp.109)라는 말입니다. 남방 스님들이 축원할 때 쓰는 말이라 합니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건강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여생을 보내라는 말입니다.

 

장수축원을 하는 근본적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 살긴 살되 공덕지으며 살라는 것입니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타인을 위하여 베풀고 봉사하는 삶도 살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을 말합니다. 전도선언문에서도 하늘사람과 인간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서 길을 떠나라.”(S4.5)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안락이라는 말은 빠알리어로 수카(sukha)입니다. 수카는 행복, 안락, 즐거움 등으로 번역됩니다. 수카에 대한 범주는 매우 넓어서 오욕락에서부터 열반락까지 입니다. 누군가 지금 이순간을 즐겨라라고 말한다면 오욕락이기 쉽습니다.

 

지하철 벽면 공익광고판

 

지하철 벽면에 공익광고판을 보았습니다. 커다란 실사 사진과 함께 젊은이여, 지금을 즐겨라. 먼 훗날 후회한다.”라는 문구가 크게 써 있습니다. 젊음은 즐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젊었을 때 즐기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공익광고 문구입니다.

 



 

삼사십년 전 한때 방송광고에서 젊음은 즐기는 것이라는 문구의 광고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즐기지 않으면 후회할 것처럼 광고한 것은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젊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광고문구만 믿고 즐기는 삶만 산 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이순간을 즐기는 문구는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입니다. 테리가타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악마]

왜 태어남을 기뻐하지 않을까?

태어난 자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긴다.

감각적 쾌락을 즐겨라.

나중에 결코 후회하지 말라.” (Thig.190)

 

 

테리가타에서 우빠짤라 장로니의 게송입니다. 우빠짤라 장로니는 가르침의 장군 싸리뿟따 존자의 여동생입니다. 그녀는 언니 짤라장로니와 막내 씨쑤빠짤라와 함께 싸리뿟따존자의 세 여동생입니다. 우빠짤라는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악마는 감각적 쾌락을 즐겨라. 나중에 결코 후회하지 말라.”라며 유혹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지하철 벽면에 붙어 있는 공익광고 문구 젊은이여, 지금을 즐겨라. 먼 훗날 후회한다.”와 너무나도 유사합니다. 지금 즐기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늙고 병들었을 때

 

유일신교를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창조주가 준 이 몸을 마음껏 즐긴다고 합니다. 눈이 있으면 눈은 즐기라고 있는 것이고, 귀가 있는 것은 듣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남녀가 나누어져 있는 것도 즐기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오욕을 즐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일까 삼사십년전 라디오나 TV 광고에서는 젊음은 즐기는 것이라 했는지 모릅니다. 요즘도 은퇴한 자에게 하는 말이 이제 즐기며 사십시오.”라 합니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즐기자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노나니.”라는 민요도 나왔을 것입니다.

 

악마는 지금 감각적 쾌락을 즐기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 합니다. 늙고 병들면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젊을 때, 건강할 때 즐기라고 합니다. 정말 악마의 권유대로 즐기는 삶을 산다면 행복한 것일까? 늙고 병들면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즐기지 못해 삶의 낙이 없는 자에게 더 이상 사는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죽지 못해서 사는 것이 됩니다. 죽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을 것입니다.

 

태어난 자에게 죽음이 있다

 

부처님의 제자는 더 이상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우빠짤라 장로니는 게송으로 이렇게 답송합니다.

 

 

[우빠짤라]

태어난 자에게 죽음이 있다.

손과 발이 잘리고,

살해되고 포박되는 비참함이 있으니

태어난 자는 괴로움을 겪는다.”(Thig.191)

 

 

악마는 태어남이 기쁨이라고 했습니다. 태어남을 축하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태어남은 괴로움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자에게 죽음이 있다.”라 한 것입니다. 이 말은 태어난 뭇삶에게는 죽음이 있지만, 태어나지 않는 자에게는 죽음이 없다. 태어난 뭇삶에게는 죽음뿐만 아니라 또한 늙음, 병듦 등의 태어남을 원인으로 하는 모든 불행이 생겨난다. 그래서 부처님은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과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생겨난다.”(ThigA.163)라고 설명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운명인데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져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운명인데 오욕을 즐긴다면 넌센스라 볼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해 놓지도 않고 아무것도 이루어 놓지도 않은 자가 죽음과 대면 했을 때 이미 늦은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출가하여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싸끼야 족에서 태어난

견줄 수 없는 깨달은 님,

그는 삿된 견해를 뛰어넘는

가르침을 나에게 주었다.” (Thig.192)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초월,

괴로움의 지멸로 이끄는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 있다.” (Thig.193)

 

나는 그 분의 말씀을 듣고

가르침에 기뻐하며 지냈다.

세 가지 명지를 성취하였으니,

깨달은 님의 교법이 나에게 실현되었다.” (Thig.194)

 

모든 곳에서 환락은 파괴되고

어둠의 다발은 부수어졌으니,

악마여, 이와 같이 알라.

사신(死神)이여, 그대는 패배했다.” (Thig.195)

 

 

 

2018-05-29

진흙속의연꽃


출처 : 진흙속의연꽃
글쓴이 : 진흙속의연꽃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