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찌르는 칼
덕골이라는 골짜기 마을에 칼을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칼만큼은 갈기만 할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칼은 녹슬게 마련인데 그 칼은
녹슬 겨를이 없었습니다. 쓰지도 않는 그 칼을
쇳돌에 가는 일만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른 칼보다 더 정성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 못한 옆집 친구가 물었습니다.
“아무 곳에도 사용하지 않는 칼을
왜 그리 열심히 가는 거야?”
그 사람이 소탈하게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나를 찌르기 위해서 라네.”
세상에는 많은 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칼들은
다 쓰이는 용도가 있습니다.
요리를 만들기 위한 칼이 있고
전쟁용으로 쓰기 위한 칼도 있습니다.
또는 장식용으로 보관해 두는 칼도 있고,
주인을 잘못만난 어느 칼은
강도짓을 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자신을 찌르기 위한 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내 탓이라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남의 탓이라고 하는 사람은 많은 게
요즘 세상 돌아가는 세태입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도,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도
내 탓은 없고 상대 탓만 있습니다.
목소리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라며,
무조건 큰 소리부터 치고 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람이든 알고 있습니다.
시비가 붙었을 때 잘 못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그런데도 시치미를 뚝 떼고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그것은 다 남을 찌르는 칼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을 찌르는 칼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방 중앙에
자신을 찌르는 칼 하나를 준비하고 산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각박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구보다도 자신을 찌르는 칼 하나는 필요합니다.
아직 없다면 하나 준비해 두세요.
그 칼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을 알게 하는 칼!
그러면 무엇보다도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줍니다. -073~
출처> [마음이 마음을 만날 때] 이동식 지음
≪후기≫ 유성 박한곤
사람의 마음에는 보검(寶劍)과 흉기(凶器)라는 두 칼이 상존합니다.
다만 사용하려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성찰과 헌신의 마음으로 얻는 것이 바로 보검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 같은 하루와 이 순간이라는 공간이 주어졌죠.
비단 칼뿐만이 아니고 많은 것에서 자신을 각성시킬 수 있는
소재들은 늘려 있습니다.
진리를 찾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진 자에게만이
기회(자신을 찌르는 칼)는 주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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