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 심 훈(沈 熏)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 (鍾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 (頭蓋骨)은 깨어져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 (恨) 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란(蘭)꽃의 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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