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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도인 / 빗자루 경전

황령산산지기 2016. 6. 1. 11:02


 

참선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으며
예전 그대로 맡겨 두고 천진함을 귀히 여기네.
한 개 신령스런 마음, 시비를 벗어나 있으니
일 없이 한가한 도인을 그 누가 알겠는가?

- 철주덕제(鉄舟徳済, ?~1366)

선불참혜서부독(禪不參兮書不讀)
종래임운귀천진(從來任運貴天眞)
일령심성시비외(一靈心性是非外)
수식무위한도인(誰識無爲閑道人)



이 일은 가부좌 틀고 삼매 속에 들어가는 것과도 상관없고,

온갖 경전과 어록의 말씀을 이해하는 것과도 상관없습니다.

이 일은 본래 완성되어 있는 것이고, 본래 완전한 것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달리 소유할 것 없고[無所有] 얻을 바 없습니다[無所得].

설사 깨닫는다 하더라도 예전 모습 그대로의 나일뿐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얻고, 채우고, 내세울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잃고,

비우고, 겸허해질 뿐입니다.

본래부터 타고난 천진한 자신의 면목을 새삼 깨달았을 뿐

신통방통한 재주나 능력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늘 정확히 자기 자신이었을 뿐입니다.

이 신령스런 마음, 바로 지금 이렇게 드러나 온 우주를 비추고 있는

이 마음은 인간의 시비분별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며,

말과 생각의 길이 모두 끊어진 절대입니다.

한 방울의 물방울이 바다로 떨어지듯,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 전체가 자기로서 드러납니다.

이 가운데의 일을 달리 알 사람이 없습니다.

일 없이 한가한 도인은, 함이 없지만 함이 없지 않으며,

한가하지만 한가하지 않으며, 도인이지만 도인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의 존재를 벗어나

달리 그러한 도인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둘이 없는 그것이 참된 도인입니다.

 

- 몽지님 

 

빗자루 경전 / 최연수

바지런한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이쁘다, 이쁘다, 
곁을 내주는 착한 등을 쓸어주듯 
대웅전 앞마당을 쓰다듬습니다.

지나는 기척에 
흙먼지 일까 잠시 멈춰 고르는 숨. 
빗자루가 스님을 받치고 있습니다.

마치, 두 자루의 붓입니다. 
언제 비질 마치나,
걱정을 얹어 바라봐도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 쓰는
필사본筆寫本입니다.

쓰고 되쓰고 마음에 새기는 글자입니다. 
햇살 한줌이 행간에 머물고 
추녀 끝 풍경이 쟁그렁 쟁그렁, 
붓자국 선명한 마당을 읽고 있습니다.

***
'멍 때리기'라는 말을 하더군요.

머리가 복잡해질 땐 가끔은 
마음을 비워두는 시간도 필요한 듯 합니다.
그러나 그 비움도 약간의 생각을 얹고 걱정을 얹으니,
완전히 비우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 고즈넉한 정경이 눈에 선합니다.

그렇죠. 마음을 열면

모든게 경전이고 모든게 스승이고 모든게 어머님품속이겠죠.

이젠 경전을 찾아 나부대기보다는

어머님 품속을 찾아 쉬어가야겠습니다.

지나는 손을 위해 잠시 비질을 멈출줄 아는............


 



曲 : Sarah Brightman / First Of May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당(幽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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