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하나라네
1.
보시게나, 그렇게 빨리 갈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으로 같은 것이 아닌가?
자네, 그걸 증명할 수가 있겠는가?
증명하는 것이 뭐가 어렵겠나? 슬퍼 말게나.
2.
우리가 반을 살아왔다는 것은
살아야 할 기간에서
반을 죽었다는 것이지.
따라서 반 삶=반죽음
반 삶-반죽음=0
반이란 1/2를 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반, 즉 1/2로 因數分解하여 보세.
1/2(삶-죽음)=0
각 변에 2를 곱하여, 배불리 먹으면서
배로 산다고 하여도
2 X 1/2(삶-죽음)= 2 X 0
삶-죽음=0
따라서 삶=죽음
삶과 죽음은 하나가 아닌가?
3.
정말 그러네. 그래도 그렇지...
금쪽같은 아들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을
교도소에 보내고도 옆집 두 어른은 꿋꿋이 살고 있고
통장에 달랑 29만 원밖에 없는 윗동네 가난한 어른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일찍 떠나실 필요가 있는가?
4.
부귀영화를 죽을 때까지 누려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다들 부질없는 일이라네.
세계의 인구가 하나 줄어드는 것으로
이 무거운 지구의 짐을
내 몸 하나 불태워 재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하네.
5.
보시게나, 어차피 삶과 죽음이 하나라면
無 存在로 있느니 우린 차라리 별 볼일이 없더라도
살아 움직이면서 한반도에 대운하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살아 보려고 하네.
이미 떠난 혼이 어찌 다시 몸으로 돌아올 수가 있겠는가?
부디 편한 곳으로 가시어 우릴 지켜보시게.
(낭송:박태서)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하신 2009年 5月 23日에
在美 詩人, 文學評論家 : 박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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