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스크랩] 묘비명

황령산산지기 2015. 5. 26. 17:58
묘비명
묘비명


한 개인의 삶과 죽음을 압축한 묘비명.

*김수환 추기경 : "나는 아쉬울 것 없노라" (시편의 한 구절)

*박인환 (시인) :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조병화 (시인) :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왔다 가 어머님의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중광스님 : "에이 괜히 왔다 간다"

*천상병 (시인)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나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 하리라"

*이순신 장군 : "필생즉사(必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

*사도세자 : "끝내는 만고에 없던 사변에 이르고,
백발이 성성한 아비로 하여금 만고에 없던 짓을 저지르게 하였단 말인가?"

(아버지 영조의 심경을 그대로 피력한 비문이지 싶습니다)

*처칠 : "나는 창조주께 돌아갈 준비가 됐다.
창조주께서 날 만나는 고역을 치를 준비가 됐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에밀리 디킨슨(미국의 시인) : "돌아오라는 부름을 받았다"

*테레사 수녀 :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루와 같다"

*버나드 쇼(영국의 극작가) :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 아르키메데스 : "내 묘비는 원기둥에 구가 내접한 모양으로 세워 달라"

*노스트라다무스(예언가) : "후세 사람들이여, 나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시오"

*모리아 센얀 (일본선승) :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술통 바닥이 샐지도 몰라"


미리 묘비명을 써 놓으신 분도 계신다.



*평생 처녀로 산 우체국장 : "반송 (返送)"
- 개봉하지 않았음. -

*헤밍웨이 :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네"

*김광규 :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권력과 재산을 얻었으며 유명 문인으로 하여금 거짓으로 쓴 권력자의 묘비를 비아냥거린 이런 시도 있다.


'세상에 건네는 마지막 인사'라는 묘비명.


내가 세상을 살다가는 그 흔적.
어쩌면 망자가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메세지일지도 모른다.
*버너드 쇼의 묘비명 :
“어영부영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내가 본 묘비명 중에서 가장 위트가 넘치는 것은 버너드 쇼의 묘비명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호요,
백 살 가까이 천수를 누린 이가 이런 말을 했다니,
나 같은 필부로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경지다.


*헤밍웨이의 묘비명 : “일어나지 못 해 미안하네”

*중광 스님의 묘비명 : “에이, 괜히 왔다”

*예이츠의 묘비명 :
"삶과 죽음에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말 탄 이여, 지나가라”

멋스럽고 인상적이다.
(시인은 이처럼 아름답고 멋스런 표현을 좋아하지만,
나는 산문투로 이렇게 풀이하고 싶다.
내 무덤에 넋 놓지 말고 담담히 보게나.
자네 삶도 담담히 보고.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가서 자네 일이나 보시게나)

*릴케의 묘비명 : “오 장미, 순수한 모순이여!”
자신의 시구에서 따온 듯한 표현으로 자못 비장미가 넘친다.

*철학자 칸트의 묘비명 :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늘 새로운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 위에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속에 있는 도덕률이다.”

놀라운 직관과 예지로 그 시대의 어느 누구보다 우주의
진면목에 다가갔던 당대 최고의 우주론자이자 대철학자인
칸트의 묘비명은 우주와 인간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퇴계 이황의 묘비명 :
"生而大癡 壯而多疾 中何嗜學 晩何叨爵
學求愈邈 爵辭愈嬰 進行之跲 退藏之貞
深慚國恩 亶畏聖言 有山嶷嶷 有水源源
婆娑初服 脫略衆訕 我懷伊阻 我佩誰玩
我思古人 實獲我心 寧知來世 不獲今兮
憂中有樂 樂中有憂 乘化歸盡 復何求兮"

퇴계가 자신의 묘비명을 스스로 짓게 된 것은 제자나
지인이 쓸 경우, 꾸미고 과장되어 남세스러움을 살까
저어한 때문이다.
묘비명은 대철학자답게 자신의 생애를 4언 24구, 96자
로 압축한 것으로, 조그만 돌에다 새기게 했다.

위 묘비명을 모두 풀이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된다.
내용에 따라 단락을 나누었다.

[나면서 크게 어리석었고 자라서는 병이 많았네.
중년에 학문을 좋아하게 되었고 느지막에 벼슬길에 들었네.
학문은 갈수록 멀어지고 벼슬은 마다해도 자꾸 내려지네.
나아가기가 어려우매 물러나 은거하기로 뜻을 굳혔네.
나라의 은혜 생각하면 심히 부끄러우나 진실로 성현의 말씀이 두려웠네.

산 높디높고 물 쉼 없이 흐르는 곳.
벼슬을 벗어던지고 돌아오니 뭇 비방이 사라졌구나.
근심 속에 낙이 있었고, 즐거움 속에 근심이 있었네.
조화를 좇아 사라짐이여,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퇴계는 임종 직전 일어나 기대앉아 자리를 정리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평생을 두고 사랑하던 매화를 보며
"매화분에 물을 주라" 하고는 앉은 채 숨을 거두었다 한다.
어둑어둑한 저물녘이었고,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출처 : 화 목 한 사람들
글쓴이 : 청지기3215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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