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조삼모사] 편에는 우둔한 원숭이들을 통해 현명한 처신을 가르치는 대목이 등장한다.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식사량이 같다면 아침에 덜 받든 저녁에 덜 받든 그 합은 동일할진데, 원숭이들은 저녁보다 아침에 더 받기를 원했다. 왜? 지금 당장 손에 쥐는 것이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미래가치를 오히려 더 높게 평가하듯이 시간을 바라보는 심리는 매우 다양하고 다르다. 이처럼 당장보다 미래를 더 생각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현재가치에 꽂힌 인간 심리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 당장의 15달러와 미래시점에서의 좀 더 많은 금액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돈을 선호하겠지만, 부득이하게 시간이 경과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기꺼이 받으려면 적어도 현재의 금액보다는 많아야 할 것이다.
1981년 행동경제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실험을 통해 ‘과연 사람들이 미래에 얼마나 더 많은 금액을 원하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현재의 15달러와 비교해서 1달 후, 더 나아가 1년 후, 그리고 10년 후라고 했을 때 그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조사한 결과, 1개월 후에는 지금 당장보다 대략 5달러 많은 20달러를 평균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년 후에는 50달러, 10년 후에는 100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즉 10년 후까지 기다리려면 원금에 이자를 더한 후 혹시 모를 위험할증까지 포함하여 대략 100달러쯤으로 여긴 것이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이와 유사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대체적으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으며, 이를 통해 시간은 가격을 할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치를 어떻게 할인해 나가느냐?’와 같은 문제를 현재와 미래 사이의 ‘서로 다른 시점 간 선택(intertemporal choice)’의 문제라 칭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선택은 현재를 미래보다 더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어, 미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현재보다 더 높은 가치가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왜? 지금 당장 내 손에 넣어야만 할 정도로 시급을 다툴 만큼 필요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수중에 당장 내일 떨어질지라도 단 하루를 못 참을 정도로 성미가 불 같기 때문일까? 분명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에는 차이가 존재하기에 단언하기 힘들지만, ‘미래 할인’에 대해 보여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믿음이다. 당장 내일 혹은 한 달 후의 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지금 즉시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회피성향은 인간의 진화과정 속에서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에는 지금 당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집착이 곧 생존의 열쇠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무리 많은 식량이 한 달 혹은 일 년 후에 주어진들 지금 먹지 못한다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들이 냉장고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한편, 우리는 비록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현재’의 즐거움을 양보하거나 떨쳐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달콤한 보상을 미래시점으로 기꺼이 유보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당장의 달콤한 만족을 미래로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그것도 불확실한 미래로 연기시키기 위해서는 감정적 충돌을 억누를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도 지극히 인지적인 판단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연유로 우리 뇌의 대뇌피질이 지금처럼 충분히 커져야 하는데, 이 점이 인간 뇌의 대뇌피질이 개나 원숭이보다 월등히 큰 이유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뇌 영역으로 전전두엽피질을 들 수 있는데, 이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충동적으로 변하거나 미래시점에 대한 적절한 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다.철도공사 감독관 피니어스 게이지1)나 직장생활에 유능했던 엘리어트가 전두엽 손상으로 성격이 충동적으로 변하고 적절한 의사결정 능력을 잃었던 사례는 유명하다.
마시멜로를 지금 당장 먹어 치운 경우보다 참아낸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실험처럼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감정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gettyimages>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새뮤얼 맥클루어(Samuel McClure) 교수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5달러에서 40달러 사이의 다양한 금전적 보상을 지급 시기를 달리하면서(지금 당장, 1개월 후, 1년 후처럼) 주겠다고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때 실험참가자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스캔한 결과, 위와 유사한 뇌 활동을 발견했다.
지금 당장처럼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에는 감정을 다스리는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되는 반면, 돈의 지불이 미래로 지연될 경우에는 고도의 숙지과정과 인지적 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피질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마시멜로 이야기]를 통해 익히 알고 있듯이, 마시멜로를 지금 당장 먹어 치운 어린이에 비해 15분 동안 참아내고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었던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실험이 괜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 속에서는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의 보상을 더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뭘까? 먼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원시조상들이 그들의 미래에 대해 품었던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를 못 믿고 현재의 즉각적인 보상에 만족해하도록 진화되었던 것이다. 결국 ‘구석기 시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미래가치보다 현재를 더 중요시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던 ‘미래할인효과’인 것이다.
현재가치도 가치하기 나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할인하려는 미래할인효과는 곧바로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으로 나타난다. 손실회피성향이란 동일한 크기의 기대손익일지라도 이익에 따른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괴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는 심리다.
행동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그 동료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에 따르면, 100달러를 잃을 확률과 100달러를 딸 확률이 엇비슷한 룰렛게임에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손실 쪽을 더 크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해 의사결정자가 취하는 손실회피란 선택대안을 준거점과 비교하여 불리할 경우 손실(loss)로, 유리할 경우 이득(gain)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가치함수가 이득보다는 손실 부분에서 더 가파를 뿐만 아니라 이득보다 이에 상응하는 손실이 과대평가됨을 보여주었다.
특히 구체적으로 그 크기에 관해서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손실로 여기는 절대치가 이익으로 여기는 절대치보다 약 2배에서 2.5배나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이익에 직면해서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듯 하는 선호경향을 보이게 된다. 여기서 ‘위험을 무릅쓴다!’는 의미는 손실 가능성이 불 보듯 하다면 오히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더 과감하게 배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손실회피성향을 추동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를 들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는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기피성향은 더 커지게 된다. 필자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초콜릿과 머그컵에 대한 보유효과가 손실회피성향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측정한 결과, 보유유무에 따라 평균 2.5배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즉 남들로부터 구입할 때보다 내 것을 팔 때 더 비싸게 값을 매겼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우리가 손실을 느낄 때까지의 시간적 거리감은 이득일 때보다 더 짧게 느낄까 아니면 더 멀게 느낄까? 맞을 매라면 일찍 맞는 게 낫다는 속담도 있지 않았던가! 이에 대해 빌긴(Bilgin)과 르뵈프(LeBoeuf)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득으로 다가오는 동일한 시간간격보다 손실로 다가오는 시간간격을 더 짧게 지각’하기 때문이란다. 즉 미래가치를 할인하거나 손실회피 상황에서 이득보다 손실은 더 큰 ‘주관적인 충격’으로 다가오는데, 이는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크게 떠오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더 크게 떠오른다는 의미는 손실을 더 가깝게 인식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회피하고 싶은 손실이 이득보다 어째서 더 빠르게 다가오는 걸까? 손실은 동일한 절대적 가치의 이득보다 더 크게 지각되기 때문인데, 이는 사람들이 고통을 최소화하고 기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손실을 더 신속히 처리하고, 이득은 지연시키길 원한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은 예상되는 고통을 줄이고 예상되는 기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이득보다는 손실을 더 가깝게 지각하도록 동기화된다는 얘기다.
필자의 실험 결과, 현재의 기숙사룸이나 여행패키지 상품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나 조건으로 2개월 후에 변경해야 할 때,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변경하는 사람에 비해 그 2개월을 훨씬 더 짧게 인식하였다. 평소 백화점 할인행사를 기다릴 때의 심정과 주유소 기름값 인상을 대할 때 느끼는 심정이 다른 연유다. 백화점 할인행사는 자주 하지 않을뿐더러 기다리는 기간이 길게 느껴지지만, 기름값 인상은 엊그제 올랐던 것 같은데 왜 또 오를까? 라고 생각하기 쉽다.
백화점 할인행사를 기다릴 때와 주유소 유류값 인상을 대할 때 느끼는 시간적 거리감은 서로 다른데, 기름값 인상처럼 손실인 경우 훨씬 자주 그리고 가깝게 여겨진다.
미래를 찾는 사람들
현실 속에서는 현재보다 미래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의 가치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시점에서 얻게 될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미래할인효과와는 반대로, 로엔스틴(G. Loewenstein)과 프렐렉(D. Prelec)은 다음과 같은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이를 보여주었다. ‘좋아하는 영화배우와의 키스’와 ‘한 순간이지만 불쾌한 전기쇼크’에 대해 시간에 따른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키스와 전기쇼크를 각각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연기할 수 있느냐를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영화배우와의 키스는 지금 당장보다는 3일 정도 후로 연기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 반면, 전기쇼크는 먼 장래 시점으로 연기하면 할수록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키스와 전기쇼크는 각각 이득과 손실을 의미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시점으로 옮기길 원해 미래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분 좋은 일은 지금 당장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반면, 공포감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동남아여행과 미국여행이라는 두 가지 옵션으로 여행기간까지 남은 동일기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실험해 본 필자의 경우, 동남아여행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건인 미국여행그룹보다 더 짧게 여기고 있었다.
또 다른 사례는, 임금 총액이 일정할 경우 직장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금이 점점 더 상승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화폐의 시간가치 관점에서 본다면, 응당 직장 초년에 더 많은 임금을 받음으로써 더 많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선택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점차 증가하는 임금을 선호함으로써 미래가치를 더 높게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도 일종의 손실회피성향이 작용한 예다. 즉 초기에 많은 임금을 받은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든다면, 작년보다 올해의 임금은 감소하게 되고 이를 손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받은 임금이 기준점이 되어 올해 임금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앵커링 효과에 따른 휴리스틱적 판단사례다.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기준은 ‘처의 동생네 남편보다 단돈 1달러라도 많이 받을 때’라는 영국 속담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유야 어쨌든, 현재가치보다 오히려 불확실이 존재하는 미래가치를 더 크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 순 현재가치보다 미래의 기대감 혹은 조바심을 훨씬 더 크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구매하기보다는 미래로 연기하게 되는데, 이때 미래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된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시대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굳이 지금 당장 선택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된다. 기다려도 지금처럼 충분히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기회비용 차원에서 소비를 연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래의 기대감에 대해 막연한 선호감이 작용될 경우, 미래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좋은 성능과 새로운 기능을 담고 있는 자동차가 나올 텐데! 좀 더 기다렸다가 사자. 지금 사자마자 구형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라고 말이다.
미래가치를 파는 마케팅 사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의 마이클 달렌(Micael Dahlen) 교수는 그의 저서 [넥스토피아(Nextopia)]에서 높아진 미래가치가 가져올 색다른 경쟁 상황을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판매를 기다리고 있는 제품들은 동일선상에서 서로 경쟁하는 제품군뿐만 아니라 미래의 아직 오지도 않은 제품군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5의 경쟁은 애플의 아이폰이 아닌 것이다. 스마트폰처럼 기술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첨단산업일수록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구매를 결정할 경우, 미래시점에서 선택되지 않은 제품들로 인한 후회감은 더 크게 작용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선택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구입함으로써 생겨나는 후회감을 줄이기 위해서 구매 자체를 포기하거나 지연하게 된다.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직후 영국인들이 동일 모델을 손에 넣으려면 아직도 4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애플사는 런던 시내에 쇼케이스 전시를 실시하였다. 대다수 영국인들은 쇼케이스 안에 모셔진 신형 아이폰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구매욕구가 불타올랐다고 한다. ‘아이폰을 가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기대감이 실제로 아이폰을 손에 넣을 때보다 더 큰 감흥을 주었기 때문이란다. 대다수 영국인들처럼 우리는 그것에 대한 기대감 자체에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신제품이 출시되고 나면 수요는 오히려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통해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인기 뮤지션 라디오헤드의 앨범 [인 레인보우즈]에 대한 선주문은 8달러에 달했지만 본격적으로 출시되자 40%나 가격이 하락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예고편은 본편이나 본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일명 ‘트레일러리즘’인 경우다. <출처: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
영화나 드라마 경우, 시청자들에게 본편이나 본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예고편을 특별 제작하여 노출하는 일명 ‘트레일러리즘(trailerism)’이 성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문화소비자들의 미래가치를 높여 흥행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들 수 있다. 2001년 처음으로 개봉한 제1편 ‘반지 원정대’는 개봉과 함께 정점을 찍은 후, 2002년 2편인 ‘두 개의 탑’과 2003년 3편인 ‘왕의 귀환’이 각각 개봉할 시점에 또 다시 매출이 껑충 뛰었다. 후속 시리즈물이 개봉할 때마다 1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이는 새로운 영화가 개봉할 즈음 소비자들은 이전 시리즈의 작품을 일종의 예고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흥행 영화치고 시리즈물로 제작되지 않은 경우가 없는 이유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미래가치 극대화 방안은 한정판 출시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앤디 워홀 등 유명한 예술가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정판을 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낙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장품으로써의 가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순한 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까지 여긴다. 이처럼 누구나 사거나 입수할 수 없는 제품은 그 제품의 수명주기를 늘려주기까지 한다. 시간이 갈수록 혹은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들은 현재 소비보다 미래 어느 시점에 손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문제는 한정판 브랜드에 대한 구입이 실패할 경우, 같은 기업의 유사 브랜드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대체 소비라는 부수적인 이점도 거둘 수 있다. 모두 다 지금보다는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 송균석·범상규(2012), “손실회피성향에서 시간적 거리감과 해석수준 효과: 사전예측여부와 지각된 주의강도 중심으로,” 소비문화연구, 15권 3호, pp.47-65.
- Micael Dahlen, Nextopia(역서명: 넥스토피아, 미래에 중독된 사람들), 이은주 역, 미래의 창, 2013.11.
- 글
- 범상규 건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