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이 대사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주연의 [모래시계]! 이 드라마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묘사한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지칭하는 대상으로 시계, 그것도 모래시계를 드라마 제목으로 삼았다.
모래시계의 역사
모래가 떨어지는 시간을 일정하게 만든 모래시계.
<출처: NGD>
인류 역사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농업을 위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시간의 측정을 위해 최초로 탄생한 것은 해시계였다. 인류 최초의 해시계인 그노몬(gnomon)은이집트의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C 610~BC 546)가 발명한 것으로, 막대를 땅 위에 세워 놓고 그림자의 위치 변화를 따라 눈금을 나누어 시간을 측정한 것이었다.
이집트 태양신앙의 상징물로 유명한 오벨리스크(obelisk)도 거대한 해시계의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시계는 해가 있는 낮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생겨난 것이 물시계이다. 용기에서 일정하게 물이 흘러나가도록 하여 만들어진 물시계는 밤낮 모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시간을 계속 측정하기 위해서는 용기의 부피가 너무 커 휴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물을 모래로 바꾼 모래시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모래시계는 8세기 경 프랑스의 성직자 라우트프랑이 고안한 것으로 휴대성이 좋고 해시계나 물시계보다 정확도가 높다.
모래시계는 어떻게 시간을 알려줄까?
모래시계는 위쪽과 아래쪽으로 용기가 나누어져 있고, 두 용기 사이는 좁은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래를 용기 윗부분에 위치하도록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으면 중력에 의해 윗부분 모래가 아래로 떨어진다. 이 모래가 떨어지는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지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다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상 일정하다. 이 시간은 모래시계가 정밀하게 만들어진 경우에는 초 단위까지 정확하다. 그래서 모래시계가 1회 모래를 떨어뜨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일정 단위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모래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고 이 때 중력 F의 크기가 일정하게 줄어든다.
앞에서 모래시계의 윗부분에 있는 모래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진다고 하였다. 여기서 모래시계 윗부분에 존재하는 모래의 질량을 m이라고 하면, 모래가 받는 중력(F)=mg(g는 중력가속도)가 된다. 모래가 단위 시간 동안에 일정량만큼 떨어지면 △m(윗부분의 모래 질량 변화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중력 F의 크기가 일정하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빠져 나갈수록 F가 줄어들어 속도가 느려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모래시계에서 모래는 일정한 양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이 측정된다. 어떻게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마찰력 때문이다.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질 때, 마찰력이 약한 모래시계 벽면에 붙어있는 모래층만 흘러내리고 그 외의 부분은 고정된 효과를 가지게 된다. 벽면 부위의 모래가 구멍을 따라 떨어지고 나면 다시 그 벽면과 닿는 모래의 마찰력이 감소하여 구멍을 따라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는 윗부분 모래들이 누르는 압력과 관계가 없다. Metin Yersel(미국, 린든주립대학)에 의하면 실린더 형태의 용기로부터 모래와 같은 미세입자 매질이 유출되는 속도의 식은 아래와 같다.
이 식에 따르면 모래의 유출 속도는 k, ρ, g, A가 특정한 그 모래시계 안에서는 모두 정해진 상수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래시계의 주기는 유출되는 구멍의 단면적과 모래의 양 이 두 가지를 다르게 조절하면 다양한 주기의 모래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구멍의 단면적이 넓을수록 유출되는 모래의 양은 많아지므로 모래시계의 주기는 짧아지게 된다. 그리고 모래의 양이 많으면 일정한 유출속도를 내려 할 때 오랜 시간에 걸쳐 떨어지므로 모래시계의 주기는 길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래시계의 주기를 늘이려면 유출하는 구멍의 크기를 줄이고 모래의 양을 늘려주면 된다. 그리고 모래는 알갱이의 크기가 일정하고,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상태여야 좋다. 정동진에 세워져 있는 모래시계는 한 번 모래가 다 떨어지는 데 1년의 시간이 걸리도록 설계되었고, 정확도를 위해 모래 대신에 일정한 크기의 고분자물질을 사용하였다.
거꾸로 가는 모래시계
모래시계의 모래는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래에 놓여 있는 모래가 위로 올라가는 것은 지구에서는 불가능할 일일까? 이러한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은 거꾸로 모래가 움직이는 모래시계가 발명되었다. 이 모래시계의 이름은 Paradox이다. Paradox의 뜻은 ‘역설’이라는 의미이다.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모래가 움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 모래시계는 보통의 모래시계와는 어떻게 다를까?
파라독스 모래시계는 사실 중력과 마찰력에 의한 미세입자의 흐름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밀도 차이를 이용한 것이다. 이 거꾸로 가는 모래시계의 안에는 기름 성분의 액체가 들어 있고, 입자 알갱이도 모래가 아니라 그 액체 성분에 뜨는 물질,다시 말해 밀도가 그 액체보다 가벼운 고분자 물질을 넣어 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뜨는 고분자 알갱이가 아래쪽으로 가도록 파라독스 모래시계를 위치해 놓으면 밀도차이에 의해 고분자 알갱이가 물에 기름이 뜨듯이 뜨게 된다. 일정한 밀도의 고분자 알갱이가 들어 있다면 구멍을 통과하는 속도도 일정하게 되므로 일정한 시간 동안 위쪽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비록 중력을 거꾸로 가는 모래시계가 아니기는 하지만 밀도 차이를 이용하여 일반적인 모래시계와 반대인 모래시계를 만드는 창의적 생각의 전환이 신선하다.
참고문헌 : 브루스 코실리악,[째깍 째깍 시계의 역사], (비룡소, 2006); Metin Yersel, [The Flow of Sand], (TPT, Vol. 38, 2000); Halliday, [Fundamentals of Physics], (Willey International, 2000)
- 글
- 박성은 과학교사
- 서울과학교사 모임은 딱딱한 과학수업을 재미있게 풀기 위해 모인 수도권 지역 과학선생님들의 모임이다. 재미있는 과학 교육을 위해 [묻고 답하는 과학 톡톡 카페1,2], [숨은 과학] 등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