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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전기의 발견

황령산산지기 2015. 3. 12. 16:08

동물전기의 발견 전지 발명의 밑거름 개구리의 뒷다리에서<br>전기가 발생한다?

만일 인류가 전자()라는 물질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었다면 19세기에서 과학의 역사는 멈추지 않았을까? 인류가 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할 능력을 개발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전기’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자는 가만히 멈춰서는 아무 일도 못하고 움직일 때 전기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자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높이 차가 있어야 한다. 전자에게 높이 차란, 전기적 위치에너지의 차이인 ‘전압’이다. 전압을 만들어 전자를 움직이게 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바로 ‘전지’다. 오늘날 시계, 리모컨, 휴대전화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이는 전지는 어떻게 발명됐을까?

동물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갈바니의 개구리 실험

1786년경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는 개구리의 뒷다리에 기전기1)의 불꽃이나 해부용 나이프와 같은 금속이 닿았을 때 뒷다리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목격했다. 갈바니는 이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여러 조건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 현상이 전기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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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갈바니는 개구리의 뒷다리에 금속이 닿았을 때 뒷다리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보고 동물의 뇌에서 전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1780년대 말 갈바니가 개구리 뒷다리로 실험을 하던 모습.

그는 뒷다리 근육이 수축한 이유가 개구리 자체에서 만들어진 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전기를 ‘동물전기’라고 불렀으며 동물의 뇌에서 전기가 만들어져 신경을 통해 근육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의 과학자들은 전기를 이루는 전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전기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를 이용한 발명품이 다수 나오고 있었다.이런 상황 속에서 11년 동안 연구한 갈바니의 동물전기 연구 결과는 유럽의 과학자들로 하여금 전기의 정체를 동물에서 찾으려는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물전기? 금속 사이에서 전기가 통한 것일 뿐

볼타가 개발한 볼타전지. <출처: (CC)GuidoB at wikipedia.org>

1791년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의 물리학 교수였던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Giuseppe Antonio Anastasio Volta, 1745~1827)는 갈바니 실험에서 나타난 현상의 원인을 ‘동물 전기’로 단정 지은 것에 의문을 가졌다. 그는 전기의 근원을 개구리의 몸 안에서 찾은 갈바니와 달리, 금속 사이에서 발생한 전기가 개구리의 뒷다리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졌다. 같은 현상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구심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결국 전기는 금속 사이에서 발생했고 동물의 수분이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 개구리는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해질2) 역할을 한 것뿐이었다.

볼타는 자신이 발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은판과 아연판을 준비하고 이 둘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헝겊을 12겹 가량 번갈아 쌓아 전기 발생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가 바로 세계 최초의 화학전지인 ‘볼타전지’다.

볼타전지에서 발전한 건전지의 원리

볼타전지에서 발전한 화학전지의 대표적인 예가 오늘날 흔히 쓰이는 건전지다. 갈바니와 볼타는 같은 형상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고 접근 방법의 차이가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었다.

같은 형상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갈바니와 볼타.

동물의 몸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효과 등은 갈바니의 이름을 따서 ‘갈바니즘(Galvanism)’이라 부른다. 이는 전류계(galvanometer) 이름에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지를 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이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 전압을 재는 단위 ‘볼트(v)’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하다. 비록 갈바니의 동물전기 이론은 틀렸지만 이후 전기학이 발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됐다는데 큰 의미를 갖는다.

고의관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주석

1기전기()
정전기 유도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모으는 장치.
2전해질()
물 등의 용매에 녹아서 음이온과 양이온으로 나뉘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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