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
- 시 : 돌샘/이길옥 -
글의 줄과 줄 사이를 행간이라 하는데
그 사이에 넣어야 할 말과
넣지 말아야 할 말을 잘 골라내는 사람이
유명한 시인이라 하는데
그 좁은 틈을 너무 벌리면 헛소리투성이고
그대로 두면 너무 뻣뻣하여 맛이 안 난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말을 넣고 빼어 훌륭한 쟁이가 될까.
나뭇가지 꼭대기 그 끝을 우듬지라 하는데
바람이 자꾸 건들고 흔드는 통에
방정맞게 앉았던 잠자리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너무 허약해 새들도 앉았다 놀라 일어서는데
훌륭한 시인들이 자주 쓰고 있어
나도 써봤는데 훌륭한 시가 못 되는 이유가 뭘까.
소실점이란
평행한 두 선이 멀리 가서 한 점에 만나는 곳을 말하는데
평행한 두 선이 만난 것부터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가지고 노는 일이라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데
잘 나가는 시인들은 떡고물 주무르듯 잘 다루어 부럽다.
이름 날리는 시인들이 즐겨 쓰는 말을 골라
나도 한 번 기차게 말을 만들어놓고 폼잡아보는데
웬 걸
훔쳤다고, 도둑질했다고, 표절이라고
저작권 침해라고 하는데
나는 언제쯤 나만의 시를 써서
시인들의 혼을 쏙 빼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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